호주·뉴질랜드 금융그룹 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한 기업이다. 아시아·태평양권의 금융기업 중에서는 홍콩 HSBC가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활발하게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브랜드 뉴스룸은 ANZ의 ‘블루노트’(BlueNotes)가 유일하다.

ANZ 블루노트는 글로벌 경제 이슈, 금융 관련 비즈니스 정보, 사회·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 분석 등을 대중에게 익숙한 기사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안을 주제로 한 디베이트(debate)를 꾸준히 개최하며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이 블루노트 홈페이지로 유입되도록 유인하고 있다. 무작정 독자를 확장하기보다 필요한 독자층을 확실히 확보하는 것이 블루노트의 목표다.

호주 파이낸셜리뷰(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 기자 출신인 앤드류 코넬(Andrew Cornell) 편집장과 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블루노트는 10명의 프리랜서 기자들과 협업하고 있다. 블루노트는 역량 있는 프리랜서 기자들과의 협업으로 여느 뉴스룸보다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금융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고 있을까. 지난 8월27일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ANZ 본사에서 앤드류 코넬 편집장을 만났다. 한국 언론과 최초로 진행한 인터뷰다.

※ 이 기획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통역=장성인 (Sung In Jang, Melbourne Australia)

-블루노트는 언제, 어떻게 기획됐나.

“2013년 ANZ 임원진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학 갔을 때 은행들이 소셜미디어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링크드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이용할 필요성을 깨달았고, 이를 위한 ‘콘텐츠 공장’을 필요로 했다. 2013년 중순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나왔고 나는 그해 12월 파이낸셜리뷰에서 ANZ로 오게 됐다. 5개월 동안 준비를 거쳐 2014년 5월 런칭했다.”

-어떤 브랜드 뉴스룸을 추구하고 있나.

“브랜드 저널리즘에는 다양한 모델이 있다. 미국의 GE(General Electricity)는 한 기업에서 여러 뉴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ANZ는 주간 온라인 비즈니스 잡지로 기획됐다. 중요한 원칙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NZ 상품을 광고하거나 ANZ의 장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블루노트 목표는 ANZ 평판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더 좋은 식견과 연구 역량을 보이는 것이 ANZ를 유리하게 만든다.”

-블루노트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3분의2는 ANZ 내부에서, 나머지 3분의1은 외부에서 아이템을 찾는다. 프리랜서 기자들이 쓴 글, 대학이나 각종 싱크탱크의 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정부와 관련된 정책입안자, 학자를 비롯해 파이낸셜리뷰나 이코노미스트(Economists)를 선호하는 독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어떤 신용카드가 최고인가’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있다. 나아가 각종 결제 시스템, 경제, 인공지능, 기술 분야 독자들을 위한 콘텐츠도 만든다. 아시아 특히 중국, 대만에서 호응이 있고 한국 관련 콘텐츠도 2개 정도 제작했다.”

▲ 지난 8월27일 호주 멜버른 ANZ 본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앤드류 코넬(Andrew Cornell) '블루노트'(BlueNotes) 편집장.
▲ 지난 8월27일 호주 멜버른 ANZ 본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앤드류 코넬(Andrew Cornell) '블루노트'(BlueNotes) 편집장.

-어떤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있나.

“블루노트 직원은 4명이 있고 그 외 10명의 프리랜서 기자들과 일하고 있다. 호주 미디어 산업이 축소되면서 능력 있는 기자들이 은퇴했다. 블루노트와 일하는 프리랜서 기자들은 파이낸셜리뷰,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매체 뉴스룸에서 경력을 쌓았다. 블루노트는 능력이 좋은 기자와 좋지 않은 기자를 구분할 수 있다. 외부 에이전시를 활용하는 다른 기업 뉴스룸의 경우 저널리즘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

-정부 관련자들도 타깃이라고 했는데, 반응이 있나.

“직간접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재정부 장관이 블루노트 콘텐츠를 읽고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고 전해오기도 한다. 토론에서 인용된 정보들을 찾는 정책 입안자들도 있다. 나는 그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책 관련해 취재를 하기도 한다.”

-어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나.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주중 상위 10개 이야기를 모은 주간 뉴스레터가 전체 트래픽의 3분의1을 차지한다. 링크드인,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린 콘텐츠는 트래픽의 10~2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검색엔진을 통한 유입이다.”

-플랫폼을 확장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나.

“플랫폼 확장보다는 블루노트 모델을 따라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케팅 업체를 활용한다면 블루노트의 콘텐츠를 질적으로 따라오지 못한다. ANZ은행 자체 플랫폼도 8개 정도 있는데 모든 플랫폼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콘텐츠, 유통, 목표 독자의 교집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 앤드류 코넬 편집장과 '블루노트' 팀원들이 콘텐츠 제작 방향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앤드류 코넬 편집장과 '블루노트' 팀원들이 콘텐츠 제작 방향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링크드인 유입이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블루노트 홈페이지에서 글을 읽기 바라지만 링크드인 사용자들이 블루노트가 목표하는 독자들과 흡사하다. 구직이 목적이 아닌 링크드인 사용자들은 블루노트의 콘텐츠를 찾아본다. 링크드인의 추가적인 역할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ANZ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블루노트 콘텐츠를 통해 ANZ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은 어떤 곳이든 상관 없다. 대다수 독자들이 페이스북에 있다면 페이스북에 더 많은 콘텐츠를 올렸을 것이다. 독자가 글을 읽을 만한 곳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 분석은 어떻게 하나.

“트위터, 링크드인 등 팔로워는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반응이 좋은 스토리에 대한 데이터도 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의 경우 기업을 대상으로 과장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블루노트 콘텐츠는 자유롭게 게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실제 공유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독자층을 확대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나.

“목표 독자를 확장하기보다 기존 독자층을 공략해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 타깃 독자는 20만 명, 매달 PV는 10만 명 정도다. 타깃 독자 가운데 100분의1 정도 도달했다고 보는데, 이를 100분의 5~10 정도로 늘리려 한다.”

▲ ANZ '블루노트' 홈페이지.
▲ ANZ '블루노트' 홈페이지.

-ANZ나 ANZ 주주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진 않나.

“연간 혹은 반년 간 수익 결과 등에 대한 콘텐츠는 직접적으로 주주들을 위한 정보로, CFO 등이 직접 출연한 영상을 제작한다. 그러나 이 밖에 굳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ANZ 평판을 높여 주가를 높이는 일이다. ANZ는 저널리즘으로 돈을 벌지는 않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제공한다.”

-ANZ에 부정적인 정보도 다룬다고 할 수 있나.

“과거 기업들은 문제가 생기면 입을 닫았지만 요즘에는 문제들이 소셜미디어나 뉴스를 통해 바로 알려진다. 투명성이 없는 기업은 크게 타격을 입게 된다. ANZ 내부 문제가 발생한다면 블루노트가 왜,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옳은 질문을 한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주류 미디어에 있는 어린 기자들은 질문 1~2개를 하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멈춘다. 블루노트는 ANZ 대표가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아도 추궁할 수 있다. 블루노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은행이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 제공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왜곡된 정보가 전달됐다면 수정한다. 데이터가 잘못된 경우 수정한 일이 있다. 확신할 수 없는 콘텐츠는 굳이 만들지 않고 있다. 호주 은행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좋지는 않은데, 이는 오히려 호주 은행들이 솔직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거짓이 들통 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이고, 무엇이 마케팅인지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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