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정치 편향성과 동성애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찬반 거리가 아니고, 동성혼도 기본권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호모 포비아(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하는 사람)국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자는 일종의 소수자고, 마치 왼손잡이가 10% 미만인데, 이와 유사하지 않나”라며 “최근 각국에서 동성혼을 허용하고 우리 사회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동성혼을 반대하는 나라도 많고, 전 세계적으로 주류가 아니다”라며 “왼손잡이와 동성애자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왼손잡이가 화가 많이 나있다”고 말했다.

▲ 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도읍 한국당 의원도 “동성혼에 국민이 그렇게 반대하는데 정부가 (이석태 후보자에게) 훈장을 주면서 ‘성평등’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며 비판했다. 국민 중 누가 얼마나 동성혼에 반대하는지 객관적 근거자료도 없이 이런 주장을 펼쳤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석태 후보자가 2014년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씨의 혼인신고를 서울서대문구청이 불허하자 불복 소송 대리인단으로 나선 일에도 “단순 대리인이 아니고 동성혼 문제에 기자회견도 하시고, 발언도 하셨다”면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질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도중 논평을 내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지나치게 편향된 성의식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도 마찬가지였다. 표창원 의원은 “동성애 그 자체를 좋다고 생각하시거나, 주변에 (동성애를) 하고 있으신 분이 있는 것은 아니죠?”라고 물었고 이석태 후보자는 “처음에도 강조했지만 찬성하고 반대할 것이 아니다”고 다시 말했다.

이어 표 의원은 “본인하고는 (동성애가) 직접 상관이 없는 거죠?”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저는 이성애자다”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군형법상 조항 같은 해석도, 동성애 자체를 허용하자는 건 아니죠?”라고 또 물었고 이 후보자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질문은 마치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문제라는 차별이 깔린 발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상원의원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고, 독일에도 성소수자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질문이었다. 동성애자를 누군가가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차별이긴 마찬가지다.

동성애 외에 청문회에서는 이석태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에도 질문이 이어졌다. 다만 이석태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냐는 질문에, 한미FTA에, 낙태죄에 대해 “과거와 다르다”거나 “제가 (과거에) 그랬나요?”, “재판 중인 사건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다.

한국당에서 나오는 ‘정치적 편향성’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인해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소신을 제대로 말하라”는 주문받기도 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답변 태도를 보면 평생 그렇게(소신 있게) 살아오신 분이 위축되시니 안타깝다”며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일을 삶으로 증명하신 분인데, 당당하게 이렇게 살아왔다 절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위축돼서 답답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이석태 후보자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등 편향성 문제를 반복 제기했다.

이에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활동을 한 것이 낙인이고, 사회적 활동을 한 사람은 헌법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전제가 생기는 것엔 문제가 있다”며 “지금까지 헌법재판관 중 가장 정치적인 모습을 안 보이고, 다른 활동이 없어 ‘정치적 편향성’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사람은 양승태 대법원장이었는데, 지금 양승태 대법원장 때문에 법원이 무너지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 기사 수정 : 9월11일 오후 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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