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당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된 김기영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 이메일을 폭로한 판사로 유명하다. 김 후보자는 10일 국회 본청에서 실시한 인사청문회에 나와 당시 신 대법관의 이메일을 재판 개입으로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건) 재판을 미루지 말고 빨리 선고하라는 취지였다”며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 문제는 재판의 결론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문제와 재판 절차에 대한 문제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판사들에게 ‘신속하고 통상적으로 처리하라’고 이메일 보낸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2009년 5월8일 대법원 윤리위원회도 신 전 대법관이 2008년 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판사들에게 전화 또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법원장의 직무감독 범위를 넘어서 재판에 관여한 행위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 전 대법관에게 경고 또는 주의촉구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 후보자는 “문제성 있는 이메일을 받으면 사법부 내 자체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느냐”는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엔 “처음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사들이 모여 (신영철 법원장에게) 가서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국민이 사법농단과 사법거래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데 (헌법재판관이 되면) 신 전 대법관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밝힌 것처럼 할 것이냐”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도 “똑같은 자세로 진실과 정의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가 징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최근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은 해당 판결 이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김 후보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한 증거를 발견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판결로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느냐’는 질문엔 “(2015년 9월)그 재판할 때 얼마 되지 않은 (2015년 4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리면서 불이익이라기보다 ‘내가 내려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술회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에선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자녀 위장전입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 김 후보자는 “내가 몰랐던 부분도 있고 처가 혼자 재산 관리도 하고 교육 문제도 해결했다”며 “법원 일에 몰두하다 보니 가족이나 거주지 전입 신고 문제를 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도덕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배우자가 모친 회사에 위장 취업해 탈세와 횡령 의혹이 있다는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등의 지적엔 “국민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 장모 회사의 평균 연봉은 2000만 원 정도인데 김 후보자 부인은 6000만~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는 5년간 3억8000만 원가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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