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할 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때 내놓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지적을 언급하자 김성수 의원이 이렇게 답했다. 그는 “당시 법은 최선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통과를 위한, 타협하기 적절한 안으로 내놓았는데 한국당이 발로 찼다”고 지적했다.

MBC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공영방송 정상화’를 의정 활동 목표로 삼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만 지망했던 김성수 의원은 후반기 때도 같은 선택을 했다. 그는 여당 간사가 돼 미디어 정책과제를 풀 핵심 위치에 섰다.

김 의원은 현 상황을 두고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단추는 뀄다”며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와 찢겨지면서 미디어 부처가 분산된 것에 그는 “정부 출범 후 1년이 넘었으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미디어 부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언급했다.

▲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여당 과방위 간사). 사진=김성수 의원실 제공.
▲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여당 과방위 간사). 사진=김성수 의원실 제공.

김 의원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방송법 일부만 고치는 방식 대신 20년 가까이 유지된 방송법 틀을 바꾸는 방송법 전부 개정안(통합방송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영방송 위상 정립과 뉴미디어 ‘규제’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법에서 “공영방송에 국민 분담금 개념의 재원 구조를 확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 광고도 공영방송 재원 문제와 함께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넷 방송은 사회적 폐해에 대한 우려와 해외사업자 문제 등이 있어 법 테두리 안에 넣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전반기 과방위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 상임위원회로서 역할을 못 했다. 방송법 문제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 했다. 자유한국당은 회의 자체를 거부했고, 법안이 쌓였다. 언론과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해 가지 않을 일이다.”

- 과방위를 지망하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최대 과제로 강조했다. 지금은 공영방송 정상화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첫 단추는 뀄다. 지배구조가 교체되면서 정상화로 갈 첫 단계는 어느 정도 정비됐다. 이제 질적인 정상화가 필요하다. 특히 MBC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취재역량, 뉴스의 질 등은 예전 상태로 돌아왔다고 하기 어렵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각 방송사마다 자체적인 노력도 더 필요하다.”

- 최근 이전 정부에서 정권 실세의 추천을 받아 MBC 경력기자를 뽑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여권에 편향적인 인사인지 아닌지, 당시 경영진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봤다는 건데 언론사, 특히 공영방송이 기자를 이렇게 뽑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내가 보도국에 있을 때는 기자들이 같은 출입처에서 일 잘하는 타사 기자를 추천한 다음 전형을 거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사람을 뽑은 적은 없었다.”

-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당 추천 몫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논란의 책임은 입법부가 져야 한다. 이사 선임이 방통위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이 있지 않았다. 입법부가 방송법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과도기적 상황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방통위는 정당이 이사를 추천하는 관행을 무시하기도, 그렇다고 시민사회의 요구가 있는데 이전처럼 하기도 어려웠다. 야당 입장에서도 정당 추천을 하면 안 된다는 요구는 받기 힘들었다고 본다. 다만 너무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추천하는 건 피해줬으면 하는데, 안타깝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의 경우 민주당이 야당 때는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여야가 이사를 7:6으로 뽑고 이사 3분의 2가 동의해야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 통과를 요구하다 집권 후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국당이 비판한다.

“이 대목에서 한국당은 할 말이 없다. 민주당이 야당 때 주장하다 여당때 입장이 바뀌었냐는 지적은 표면적으로는 맞지만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법안을 낼 때 우리도 최선이 아니라 통과를 위한, 타협하기 적절한 내용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그때 한국당이 반대해서 안 됐다. 발로 찬 거다. 지금 여당이 관련 논의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논의하게 됐으니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국당에서도 강효상 의원이 기존 법안에서 정당의 이사 추천을 명시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고, 법안도 냈다.”

- 정부가 언론에 관여하지 않는 건 의미 있지만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미디어 문제를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그림을 그려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방통위의 권한이 많이 약화돼 방향을 잡기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면서 유관 정책이 나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상황에서 인수위원회 없이 들어서 정부조직에는 손을 못 댔다. 정권 출범 후 1년이 넘었으니 이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 개인정보 규제 완화 국면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 강화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행정안전부로부터 독립시켜 독립성을 강화하고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방향성은 잡혀 있다. 문제는 방통위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개인정보 관련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실무적인 논의가 필요해 현재 진행 중이다.”

- 방송사 비대칭 규제 이슈도 현안이다. 종편 특혜 환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도 뜨거운 감자다.

“종편에 특별하게 많은 특혜를 줄 때는 지났다. 이 문제는 방통위에서 곧 입장이 나올 거다. 중간광고는 전형적인 비대칭 규제인데 지상파만 중간광고를 못하게 막는 건 문제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시청자들이 40년 넘게 중간광고 없는 지상파에 익숙해 도입하기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일부 매체는 중간광고에 아우성치면서 시청자를 내세우는데 핑계라고 본다. 문제는 광고시장이 좁은데 너무 많은 미디어가 있다는 점이다. 방송광고시장의 파이가 줄고 모바일, 특히 유튜브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 제도개선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송 분야의 전반적 제도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전부 개정안(통합방송안)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광고 부문에서는 어떤 논의를 할 것인가.

“공영방송은 공적책무를 강화하는 전제 하에 공적인 지원으로 재원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 민영방송이 광고로 수익을 내도록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손을 대지 않으니 아귀 다툼이 됐다. TV수신료를 걷고 있는데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5% 정도다. 다들 유료방송으로 돈 내고 방송을 본다. 지상파 수신을 안 하는데 수신료라니. 존재 존재 자체가 의문스럽게 됐다. 수신료를 방송의 공적 책무에 따른 국민적 분담금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 시청자 입장에서는 민영방송보다 신뢰받지 못하는 공영방송을 위한 재원을 왜 마련해야 하냐고 지적할 수 있다.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면 시청자에게 돈 달라는 이야기를 할 체면이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신뢰가 없어 가능하지 않다. 뭐 예쁘다고 돈을 주겠나. 다만, 공영방송은 시청률에 상관 없이 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있다. 그게 제대로 이뤄지면 국민적 신뢰를 받게 되고, 반발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확실하게 독립이 되고 공적 역할을 한다는 신뢰를 줄 때 수신료든 분담금이든 국민에게 돈 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 통합방송법은 그동안 업계, 정치권 이해관계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이번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논의가 힘들기 때문에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고, 그동안 시작도 못 했다.  방송법 전부 개정안은 의원 개인이 추진할 수 있는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선거법에 준할 정도의 무게로 논의해야 한다. 나는 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소속이고 비례대표 의원이니 여력이 있었다. 누군가가 스타트는 끊어야 동력을 얻어 굴러갈 거라고 봤다. 공청회를 한번 했는데, 예상대로 많은 지적이 나왔다. 다시 수용해서 문제점을 다듬는 작업을 하겠다.”

- 통합방송법은 넷플릭스, 푹 등 OTT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규정해 IPTV에 준하는 성격으로 간주하고 인터넷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를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규정한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막연하게 규제하려고 잡아넣는 게 아니라 제도의 틀 안에 넣겠다는 의미다. 가장 어려운 일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어디까지 방송이라고 봐야 하는지  개념정리가 쉽지 않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회적 폐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해외 미디어가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 국내 산업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터넷 방송만 표적으로 하는 표적 발의가 이어져왔는데 종합적인 논의로 풀자는 취지다. 물론 뉴미디어 업계의 우려도 이해한다. 앞으로 다양한 논의를 하겠다.”

▲ 2017년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합산점유율. 합산규제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고 한 사업자가 점유율을 33%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17년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 합산점유율. 합산규제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고 한 사업자가 점유율을 33%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됐는데, 추후 어떤 방향으로 논의할 계획인가.

“이미 일몰된 법을 다시 연장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고 합산규제를 만들 때와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일몰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유료방송 업계의 상대적 약자인) 케이블 업계가 자구책으로 제4이동통신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견해가 있어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분명한 건 어정쩡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몰이든 연장이든 빨리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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