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이다. 정확히는 평양행에 몸을 싣고 취재할 수 있느냐다.
평양 갈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방북취재하는 자체로 기자 개인에게 영광이다. 소속 매체도 자사 기자의 평양 현지취재물을 자료로 남길 수 있다. 실무회담에서 경호와 의전, 방북 취재단의 규모가 결정되겠지만 과거보다 취재단 규모가 커져 기회가 조금이라도 넓어지길 기대한다.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되도록 큰 규모로 방북 취재단을 꾸리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버스 3대(100여명)로 갈 취재단을 꾸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정부는 30명 수준으로 방북 취재단을 구성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3차 정상회담 방북 취재단도 과거 비슷한 수준의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을 앞둔 대전환기에 열리는 남북공동행사다.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고 김정은 시대 평양을 국제사회에 알릴 기회가 된다. 평양지국 설치 얘기까지 나온 마당에 정상회담에 언론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제사회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도 있다.
남북 모두 정상회담을 알리는데 적극 나설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실무회의에서 방북 취재단을 포함한 방북 전체 인원을 얼마나 제한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 2000년 방북단은 182명이었고 2007년 정상회담에는 208명이었다.
방북 취재단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 복잡한 관계도 얽혀 있다.
지난 7일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는 국내외 언론의 취재공간인 메인프레스센터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조성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방북 취재단에 끼지 못하는 수많은 언론들의 편의를 위해 한 자리에서 취재할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프레스센터를 조성했다.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내자 춘추관 전체기자 카톡방에 “평양은 왜 풀단만 가는 것이냐, 비풀은 기회가 없는 것이냐”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다른 기자도 “공정한 취재 기회와 환경이 제공되리라 기대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방북 취재단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취재단 선정에 문제제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도 방북 취재단이 풀 기자단 위주로 꾸려져왔다는 점에서 비풀 기자들이 취재단 선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과 같은 빅이벤트 현장 취재에서 더 이상 소외되지 않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취재단은 청와대 출입기자 중 제비뽑기로 방북 취재단을 꾸렸다. 하지만 제비뽑기 대상은 모두 풀 기자들이었다. 지난 판문점 선언 당시에도 국내외 풀 기자 50여명으로 취재단을 꾸려 판문점 현장을 취재했다. 같이 청와대를 출입하면서도 비풀 기자 입장에선 굵직한 행사의 현장 취재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비풀에 속한 한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는 것 아니냐”면서 “방북 취재단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풀 기자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