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2개월 간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간평가 토론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성토장이 됐다. 이들은 일부 공공기관이 정부지침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꼼수 정규직화’를 진행한다며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간 평가와 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마지막 자유발언 시간은 40분 넘게 이어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노조 관계자 20명이 토론자로 참석해 정부부처 공무원들에 “정규직화를 제대로 추진하라”고 비판했다. 사회를 본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들의 발언을 대부분 수용했다.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간 평가와 개선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간 평가와 개선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년 7월 기준 전체 정규직 잠정 전환대상 17만5천여명 중 14만2500여명(81.5%)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됐다. 잠정 전환대상은 기간제 7만2천여명, 파견‧용역 직원 10만2500여명을 합한 값이다. 이 중 기간제는 75.5%인 5만4600여 명이, 파견‧용역은 36.9%인 3만78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발제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전환기준을 ‘상시‧지속 업무’로 정하고, 파견‧용역노동자와 출연기관 및 위탁기관 노동자까지 정규직 대상으로 포함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통계의 사각지대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고용 남용’은 그 중 하나다. 공공기관이 정부 가이드라인에 적힌 자회사 고용을 합의 없이 일방 추진한다는 비판이다.

아동‧청소년 직업체험 관련 기관 ‘한국잡월드’는 체험강사 275명을 자회사 고용 대상으로 정했다. 잡월드 정규직원은 47명이다. 체험강사들은 상시‧핵심 업무를 맡는데도 자회사 고용이 강행됐다며 반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컨설팅업체가 노‧사 협의를 주도했다. 한국마사회, 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잡월드가 자회사 설립 연구용역에만 1억3700만원을 썼다.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11곳이 3300만원~4억여원을 들여 자회사 설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김종진 부소장은 불공정한 노‧사 대표 구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등 사측 노무관리를 담당한 이가 논의기구에 참여하거나 노조 측 추천인사를 배제하는 식이다. 우정사업본부 국제물류센터는 용역업체 소장이 전환협의회에 참여했고 기초과학연구원 노동자 대표 10명 중 9명은 연구원이 선정한 위원이다.

‘직접고용 예외 사례 남용’도 지적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방사선 안전관리를 맡는 용역업체가 중소기업진흥법 대상이라는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에서 제외했다. 고리원전에서 일하는 박상희 방사선안전관리 노조위원장은 “단순히 엔지니어링 협회에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다고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빼 버리면 대한민국 비정규직 70~80%가 정규직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및 노조 관계자 20명이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파행을 비판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및 노조 관계자 20명이 토론회에 참석해 공공부문 정규직화 파행을 비판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정부 가이드라인이 “공공기관 입맛에 따라 적용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동일업무를 수행해도 일부만 정규직이 되거나 기관별로 정규직 전환 여부가 다르게 결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인천항보안공사 경비원은 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부두 경비원만 정규직 전환됐고 민간위탁 부두의 경비원은 빠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등은 상시‧지속 연구업무를 일시‧간헐적 업무로 보고 일부 연구자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5개 발전회사에 용역노동자 8천명이 있는데 절대다수인 7900명이 정규직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발전소 임원‧간부들 차를 운전하는 직원들은 포함이 됐더라”며 “고용노동부, 산업통산자원부는 발전소 용역노동자가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가 아닌지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종진 부소장은 “기관장과 핵심부서의 의지, 노사관계 역학관계에 따라 정규직화에 차이가 난다. 공공기관 내 공통 업무에는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며 “관계부처들은 적극적으로 각 기관들에 긍정적 신호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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