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국회의원 불법후원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KT 전현직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재신청했다. 그러나 사건의 배후로 수사를 받았던 황창규 KT 회장은 구속영장 대상자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경찰이 주범은 놓아두고 종범만 잡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혐의로 구현모 사장, 맹수호 사장, 구현모 전 전무를 상대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날 “세 사람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확인된 것을 보강해서 영장을 재신청했다”며 “증거인멸의 내용은 수사상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범죄소명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기존 소명에서 조사가 됐고,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인멸 정황이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이 빠진 이를 두고 이 관계자는 “보강수사 과정에서 황 회장에 대해 추가로 더 밝혀지거나 드러난 부분이 없어서 뺐다”고 말했다.

이들은 KT 임원들이 상품권깡의 수법으로 11억5000만 원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4190만 원의 불법 정치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월 맹 사장 등 3명과 함께 황창규 회장까지 모두 4명에 대해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국회의원 조사 부족 등의 사유로 기각했다.

검찰이 지시한 받은 쪽(국회의원)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질의하자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의원실 관계자들은 선별적으로 조사를 했다. 해야할 사람은 했다. 받은 쪽을 조사 확인했다. 대부분 ‘모르고 받았다’, ‘기억이 안난다’, ‘즉시 반환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KT 차원에서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의원실 관계자는 없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회의원을 직접 수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매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매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KT 내부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구속영장 대상에 제외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주헌 KT 새노조지부장은 7일 “황창규를 뺀 것은 상식적으로 주범은 놓아두고 종범만 영장을 신청하는 꼴이 아닌가 해서 의아하다. 완전히 황창규 면죄부 주는 것 아닌가. 회장의 지시를 받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지시없이 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 지부장은 “국회의원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조사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뇌물죄로 고발했다. 국회의원 측에서 당연히 알고 받았다고 하겠느냐. 실제로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명확히 조사하고, 그 책임을 의원과 KT 모두에 물어야 한다. 관행을 얘기하지만 불법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지부장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면서 수사권 독립 얘기하면 국민들이 믿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생각할 때 황창규가 주범이라고 생각할텐데, 여전히 회장으로 남아있으니 국민들이 KT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 수사와 무관하게 황창규 회장은 물러한 후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KT가 잘못된 경영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은 좀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구속할 사유인 혐의가 추가 보강수사 통해 더 나온 것이 없어서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지, 눈치 볼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황 회장의) 혐의가 현재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수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 회장의 기소 여부는 신병처리(송치)할 때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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