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나왔다. 이미 정부여당이 다수를 점하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이 마무리된 단계에서 방통위는 개선방안을 뒤늦게 마련했다. 방통위의 개선방안이 방송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가 만든 자문기구인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이하 미래발전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제작 자율성’ 관련 논의 끝에 지난 6일 정책 제안서를 공개했다.

방통위판 개선방안의 핵심은 ‘중립지대 이사’다. 국회나 방통위가 선임하는 방식으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정원을 13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정파성을 최소화한 중립지대 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EBS는 현행 9명을 유지한다. ‘중립지대 이사’는 국회가 공개추천 등을 통해 모집한 이사 후보자들 가운데 문제적 이사를 방통위가 거부한 후 최종 추천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방통위 상임위원 간 최종 논의를 거쳐 입장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회는 다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과 함께 방통위 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 공모가 끝난 시점에 나온 ‘개선방안’이 생산적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방통위가 미래발전위의 개선방안을 접수받아 공개한 지난 6일은 이미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이 끝나고, EBS이사 선임도 발표만 남긴 시점이었다. 이들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가 3년이라서 최악의 경우 3년 동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여야가 추천하는 방식의 이사선임을 강행한 지난달 정당추천 관행을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늦어져 관행을 개선하지 못한 데는 국회 뿐 아니라 방통위의 책임도 있다.

▲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미래발전위의 정책 제안이 예정보다 8개월이나 늦게 나왔다.
▲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미래발전위의 정책 제안이 예정보다 8개월이나 늦게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미래발전위를 꾸리고 2018년 1월까지 정책제안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올해 1월 방송법 개정 공청회를 예고했던 것도 방통위 일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나 정책제안서는 8개월이나 늦은 9월6일 나왔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여당에 유리한 공영방송 이사선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후다.

현재 법 제도 하에서도 방통위는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7월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치권은 야당 시절에는 방송독립을 외치다가도 막상 권력을 잡으면 기득권 놓기를 외면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며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 집권여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개입 원칙을 천명할 것”을 촉구했다. 

미래발전위의 개선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언론노조는 정부여당이 다수 위원을 추천하는 방통위와 국회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기존 구조를 언급하며 “중립지대 이사진도 결국 여야 나눠먹기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발전위가 국회에 추천 권한을 명시하면서 정당의 추천 관행을 공식화해 이사회를 정치에 종속시키는 문제도 있다.

▲ 2017년 11월2일 방송문화진흥회 회의. 사진=이치열 기자.
▲ 2017년 11월2일 방송문화진흥회 회의. 사진=이치열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선임 과정에서 ‘시청자·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현업인·학계 추천 이사가 3분의 1이 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지부 28개 단체는 이사회 구성에 특정 성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사 선임방식에만 국한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투명성과 개방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구성해 정치자본 권력의 개입을 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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