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북 특사단을 만나 전달한 메시지 중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라는 말이 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6일 방북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은) 참모는 물론 그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이런 신뢰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았는데 그때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라는 의지 표명”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보통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생각할 때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의 입구에 해당하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이뤄지는 시점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첫번째 임기 안에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평화협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조치 완결의 시간표를 이같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라고 못을 박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방법론에 있어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겠지만 비핵화 시간표를 공식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북미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 지난 9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9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평양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미국에 직접 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도 존재한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를 지금 공개할 수 없지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저녁 8시 정의용 안보실장은 존 볼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백악관에 전달하기로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전 통화한 내용 중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면서 “어제 정 실장이 가서 북한에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런 배경 하에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대북 특사단이 남북미 정상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뜻인데 북미 쌍방이 내놓은 정상 메시지가 얼마나 상대에 얼마나 신뢰를 줬느냐가 향후 북미관계를 전망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비핵화 선제 조치를 취했으니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밝히고 실행하라는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가 서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면 협상이 재개되겠지만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쌍방 요구만 했다면 전망이 어둡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의 입장 변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한반도 비핵화의 적극적 조치를 하겠다는 ‘시그널’로 보면 협상 재개를 하지 않은 이유가 없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김 대변인은 방북 결과 발표 내용이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방북 결과를 보고 받고 만족해하셨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 9월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청와대.
▲ 9월5일 대북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청와대.

한편, 대북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시간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를 넘겨 10~20분 정도까지 진행됐다”고 밝혔다. 상당시간 의견을 교환하고 방북 특사 결과 발표문을 조율한 것이다. 이어 특사단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과 함께 고려호텔에서 오찬을 했고,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의를 오후 3시부터 시작했다. 협의가 길어지면서 북측이 내놓은 저녁 식사를 특사단끼리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만찬은 예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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