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5일 방북한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공식 면담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방북 특사단은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친서를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준비 등에 대한 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은 만찬 뒤 출발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방북 결과 브리핑은 내일(6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만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는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만찬 참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북 특사단은 이날 오전 7시 40분 서행 직항로를 통해 북측으로 이동, 오전 9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김영철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20분 동안 환담을 하고 공식 면담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공식 면담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오후 청와대는 특사단이 보내온 전문을 통해 김 위원장과 공식 면담을 했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공식 면담을 갖은 만큼 김 위원장이 내놓은 메시지가 이번 특사단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 방북 이전 김 국무위원장 공식 면담이 불투명한 게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도 있었지만 다행히 최악의 경우는 면한 셈이다.

청와대는 면담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정 확정과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 추진에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제재 완화를 줄곧 요구해온 북한이 특사단과 면담한 뒤 전향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5일 특사단 방북 당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언제 한번 남한의 도움을 받아 경제건설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자기의 힘, 자기의 손으로 부흥하는 강국을 일떠세워 나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강용한 모습과 주체 조선의 강대함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힘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대북 제재 압박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공식 면담에서 대북 제재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사단이 들고간 남북 공동 경제협력 방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내놨는지도 관심사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방북 하루 전 남북관계 발전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밝혔다. 남북경제협력 방안을 통해 남북관계가 이상없음을 확인하고 비핵화 및 종전선언 문제까지 논의할 계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 2차 남북정상회담 모습.
▲ 2차 남북정상회담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 방북 하루 전 통화한 내용도 한미간 조율된 메시지 형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방북 성과의 바로미터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재추진 움직임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방북 이후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재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 북미 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남북미 의견이 상당부분 접근이 이루어졌다는 신호다.

반대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 중 비핵화 의지 천명이나 구체적인 조처 등이 없고 미국 쪽 반응도 원론적 수준에 머문다면 북미관계의 냉각기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온 9월 9일 북한 정권 70주년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도 주목된다. 9·9절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연설은 곧 북한의 대내외적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메시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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