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당·정·청 회의에 ‘사회주의’ 소환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첫 ‘당·정·청 전원회의’가 열렸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정부 등 여권 핵심들이 모였다. 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 가운데 123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만 200여 명이었다.

이날 당·정·청은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속도 △개혁입법 협력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당·정·청 소통과 협력 강화 △생산적 협치 지원 △대국민 홍보 강화 등 6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 중앙일보 2면
▲ 중앙일보 2면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아래는 3일자 조간 제목이다.

“당·정·청 총출동 ‘전원회의’ 소득주도성장 보완 ‘속도전’”(경향신문)
“靑에 모인 당정청200명 ‘개혁·소득성장 정책 강화’”(동아일보) 
“‘文정부 2기 소명은 적폐청산·상생 경제·한반도 평화’”(서울신문)
“靑 집결한 당정청 수뇌부, 文정부 집권2기 전열 정비”(세계일보)
“‘적폐청산·경제·한반도 평화’ 文대통령 집권2기 로드맵”(한국일보)

▲ 조선일보 3일자 6면.
▲ 조선일보 3일자 6면.
튀는 제목, 튀는 언론도 있다. 조선일보다. 6면 제목은 “유례없이 靑에 집결한 200명… 성찰 없이 ‘우리길 간다’”였다. 200명을 싸잡아 ‘외골수’로 만들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회의 참석자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새로운 해법 찾기보다는 기존정책 고수와 ‘당·정·청 원팀(one team)’이었다”며 “2기 개각 때 ‘심기일전하겠다’고 몸을 낮췄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주장했다.

‘낙인’은 한데 모여있을 때 찍기 편하다. 이 신문은 기사 말미에 야권을 인용해 참석자 200명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독재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또는 노동조합이나 대학 총학생회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원회의를 떠올리게 한다.”

사설 제목도 “생소한 ‘청와대 전원회의’, 결과는 불통과 오기”다. 사설은 “‘전원회의’라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이고 여기서 나온 살벌한 말들도 여기가 2018년 한국 맞느냐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지금은 운동권들이 투쟁하던 1970~80년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사설이 지목한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쌓고 있는 적폐’ 목록은 다음과 같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대한 검경의 봐주기 수사 △봐주기 수사 주역만 유임시킨 인사 △야당 공천 확정날을 노린 수사 △국정교과서 실무자들 블랙리스트 △정부가 주식 한 주도 없는 포스코 회장 사퇴 압력 의혹 △공영방송에 노골적인 인사 개입과 신보도지침 △탈원전으로 인한 국익 손실 △정치적 4대강 보 개방으로 인한 후유증 △통계청장 경질 △‘캠코더’ 인사 등이다. 답을 정해놓고 기사를 쓰는 건 쉬운 일이다.

▲ 조선일보 3일자 사설.
▲ 조선일보 3일자 사설.
소득주도성장에 제동(?)거는 원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감안해 최저임금은 7% 정도 꾸준히 올리는 게 맞았다. 지금이라도 영세 자영업자는 외국처럼 차등 적용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캠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역임한 원로다.

박 전 총재는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고용까지 줄이기 때문에 저소득층 전체로 볼 때 오히려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이 될 수 없는데, 지금 정부는 중심 정책처럼 성급히 밀어붙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진보정권이 성공하려면 경제 정책이 친서민·친기업 정책이어야 한다”며 “혁신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첨단 산업 주도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기업의 기를 살려서 기업 성장을 촉진하는 것 두 가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후자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동시에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어느 나라나 일자리는 90% 이상을 기업이 만든다”며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해서 부득이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을 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정부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매일경제 3일자 4면.
▲ 매일경제 3일자 4면.
앞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 중심 경제’의 한 부분”이라며 “소득 주도 성장 논쟁에만 매몰리지 말고 ‘사람 중심 경제’라는 큰 틀에서 얘기하자.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청와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전환하라거나 변경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이 문 대통령 앞에서 소득 주도 일변도 정책의 재검토와 전환 필요성을 완곡하게 진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권 내부에서도 소득 주도에 대한 반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흥민 금메달, 병역 특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1일 축구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서다. 병역 부담을 던 그의 몸값이 ‘1300억원’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BBC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손흥민이 병역 의무를 피하게 됐다”고 했다.

언론은 환호하면서도 병역 특례 형평성 문제는 짚었다. 우승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중앙일보는 “‘로또’가 된 운동선수 병역 특례…고칠 때가 됐다”는 ‘도발적’ 제목을 뽑았다. 

중앙일보는 “대표팀 선발권을 가진 이가 실력이 떨어지는 후배를 팀에 슬쩍 넣어주는 ‘끼워넣기’, 병역 문제를 해결한 선수가 후배에게 대표팀 자리를 양보하며 자신의 부상 위험도 피하는 ‘밀어주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정작 혜택받아 마땅한 선수가 제외되는 것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특례 대상자는 올림픽 3위까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국한돼 있다. 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등 아시안게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시합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인 선수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 1973년에 시작한 체육인 병역 특례 제도에는 이처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3일자 사설.
▲ 중앙일보 3일자 사설.
체육계는 ‘점수 누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공적을 인정할 대회를 정하고 거기에서 거둔 성적에 해당하는 점수를 마일지리처럼 적립해 기준 점수를 넘긴 선수에게 특례 혜택을 주는 제도”다. 누구나 한 번에 병역 특례를 받는 건 어려워진다.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병역의무는 형평성과 공정함이 관건이다. 병역비리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런 철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기본이다. 병역특례를 주려고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불공정이 개입되는 등 ‘내 사람 챙기기식’의 행태가 있다면 이는 스포츠 정신과 맞지 않는다. 입대 연령 시기를 늦추거나 수상 실적이 아닌 누적 포인트 평가방안 등 병역특례제도 개선을 고민할 때다. 국위선양은 스포츠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인기 절정인 방탄소년단(BTS)은 어떤가. 미국 대중가요 차트인 빌보드를 점령하고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케이팝의 위상과 함께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위선양 정도를 겨눈다면 BTS와 손흥민 중 누가 더 우세할까.”(9월3일자 31면 씨줄날줄 ‘병역특례’)

이명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병역 특례 논의에서 “더 중요한 건 신성한 국방의무가 거추장스러운 일처럼 취급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 관련 사항은 공정해야 한다. 운동선수만의 문제도 아니다. 징병 대상자들의 박탈감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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