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31일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김승효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최승호 전 MBC PD(현 MBC 사장)가 연출한 영화 ‘자백’ 주인공으로 무려 4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 조서 등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체포나 구속 절차에 위배된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 법원이 지난 31일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김승효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했다. 김씨는 최승호 전 MBC PD(현 MBC 사장)가 연출한 영화 ‘자백’ 주인공으로 무려 4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사진=영화 자백 화면
▲ 법원이 지난 31일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김승효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했다. 김씨는 최승호 전 MBC PD(현 MBC 사장)가 연출한 영화 ‘자백’ 주인공으로 무려 4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사진=영화 자백 화면
다만 재판부는 고문 여부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현재 심한 조현병 증세를 앓고 있다. 질환이 과거 수사기관 고문이나 가혹 행위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개연성은 있지만 이를 증명할 명백한 증거는 없다. 고문에 대해선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일동포인 김씨는 일본 교토에서 살다가 지난 1973년 유학생 선발 시험을 통과해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는 서울대 유학 중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간 뒤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1974년 법원은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2년을 선고했다. 그를 괴롭힌 고문 후유증은 정신병으로 이어졌다.

김씨 대신 법정에 나온 형 김승홍씨는 “오늘 판결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며 “우리가 겪은 일에 국가가 책임감으로 사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홍씨는 “동생은 고문 받았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정신 분열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영화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MBC 사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무죄가 안 돼서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라고 했던 김승효 선생님은 끝내 한국에 오시지 못했다”며 “대신 선고를 들은 그의 형은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는 동생 상태가 악화됐다’고 했다”고 썼다.

최 사장은 “(이 재판에서) 특이한 것은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 검찰은 유죄라고 주장했는데 이 정부 들어 입장을 바꿨다. 검찰이, 아니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김승효 선생님에게 사죄하고 반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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