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해 오는 5일 대북특사를 파견한다.

김의겸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월5일 특별 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다”며 “오전 10시30분 무렵 북쪽에 전통문을 보내 5일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전통문을 받은 북쪽은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대북 특사는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특사 파견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경색된 북미관계에 돌파구를 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깜짝 카드라는 분석이다.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가 중재할 공간이 늘어난 가운데 이번 대북특사 파견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추진에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가 있는 오는 9월9일 이후 중순 경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9월말 예정된 유엔총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성과물을 전세계에 발표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 지난 3월5일 북한 노동당 본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지난 3월5일 북한 노동당 본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대북특별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했다. 정 안보실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해 정상회담 개최 합의, 정상간 핫라인 구축, 한반도 비핵화 의지 확인, 북미 대화 의지 등의 성과를 거뒀다. 대북특사 파견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었던 과거의 경험으로 보자면 이번 특사 파견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되고, 북한이 체제보장과 관련한 종전선언에 미국이 합의해주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북미관계가 꼬인 상황에서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빛을 발할지 기대를 모은다.

당장 누가 대북특사로 갈지 관심이 쏠린다. 대북특사의 역할과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보다 윗선의 인물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강한 의지를 상징으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정부 고위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이다.

유엔군사령부의 비협조로 경의선 북쪽 구간에 대한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막히면서 이 문제를 푸는 것도 대북특사의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유엔사를 내세워 남북관계 발목을 잡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이 앞으로 남북미 관계를 푸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북특사의 인물과 규모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단이 9·9절 행사까지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김 대변인은 “5일에 들어가는데 9일까지 있기엔 좀 멀지 않나”라며 부정적인 뜻을 전했다.

▲ 지난 5월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5월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4차 고위급 회담에서 이미 9월 중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실무 준비만 남은 상황에서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관계에 이상이 있다라는 신호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김 대변인은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다면 특사 자체가 못 갔을 것”이라며 “극히 정상적인 협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다양한 경로로 상시적으로 (북측과) 대화 채널이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 방북 연기 이후 계속해서 얘기를 해왔고, 대화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파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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