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최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 관련 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설문문항 구성 자체가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내용만 열거해 찬성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 겸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운영의 가늠쇠가 되고 있는 몇몇 여론조사기관의 발표가 여론조작에 가까웠다”며 특히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기조 관련 여론조사 문항과 결과를 문제 삼았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2일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500명)을 조사한 결과 “효과는 미흡하지만 겨우 1년 지났으므로 기본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방향 유지’ 응답이 55.9%로, “부작용이 크고 앞으로도 효과가 없을 것이므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전면 폐지’ 응답(33.4%)보다 훨씬 우세했다(응답률 6.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제공
▲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는 응답자들에게 “최근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방향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논란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의료·주거·교육·통신 등 가계지출 경감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영세상공인 지원 △아동수당·기초연금·치매국가책임제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주사를 맞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아부의 극치를 가져가지 않으면 사업 운영이 되지 않는 것인지 국민이 납득하지 않은 조사방식”이라며 “만일 여론조사 통계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업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 관급공사에 각급 통계사업을 이 정부 아니면 수주를 못해서 그러는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기본적으로 경제조사가 어려운 편이고 우리가 조사할 때는 논란이 막 가속화하던 시점이어서 용어만 불어주면 모르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며 “조사자 입장에선 소득주도성장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질문을 해야 더 정확한 응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가 정부 정책에 지지가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비난을 퍼붓기 하루 전인 30일 한국당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도 ‘대국민 경제인식 조사·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종인 수석연구위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에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방향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효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28.3%인 반면, (부분적)보완·수정·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66.7%로 집계됐다’고 나온다. 보고서는 “다만, ‘부분적 보완’(19.9%)까지 긍정적인 인식으로 분류한다면 기본방향 유지(48.2%)와 수정·폐지(수정 25.8%, 폐기 21.0%)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덧붙여 차이점을 부각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평가도 ‘잘하고 있음’ 27.7%, ‘보통’ 21.2%, ‘잘못하고 있음’ 48.1%로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잘못한 이유로는 최저임금 대폭인상(39.0%),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확대 정책(22.1%), (청년)실업률 증가(20.2%) 순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탈원전 등의 정책 용어가 정치적 이념화로 변질돼 인식되고 있는 점, 보수는 물론 중도 성향의 국민들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매우 높음을 확인한 점이 이번 조사의 주된 시사점”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원 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도 47.7%로 리얼미터·한국갤럽 등 정례조사보다 8%p 이상 낮게 나왔다.

연구원은 이 조사를 지난 22~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43명(응답률 1.90%)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지만(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7%p), 응답자 표본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표와 설문 문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 발표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아니므로 통계표 등 등록 의무가 없다.

이종인 수석연구위원은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 낸 보도자료는 바람직한 정부 정책 방향과 개발을 목적으로 23개 설문 문항 중 의미 있는 수치 위주로 요약해서 당내에 전달한 내용”이라며 “아직 전체적인 분석작업을 하고 있고 최종 분석 전에 (통계표, 설문문항 등이) 나가면 복잡해진다. 상세한 조사결과는 일주일 이내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 겸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 겸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5월 ‘드루킹’ 사건 관련 여당에 부정적인 내용의 여론조사를 했다가 편향성을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당시 연구원은 여론조사에 ‘평창올림픽 기사 댓글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여당은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실제 수사 과정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이라는 인물이 민주당원으로 밝혀졌고 보안성 높은 메신저로 여당 현역의원과 대화를 한 사실이 공개되는 등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는 내용을 설문 문항에 삽입했다.

한편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31일 한국갤럽이 28~30일 전국 성인 1000명(응답률 13%)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 대한 ‘찬성’ 응답이 60%로 ‘반대’ 응답(26%)을 압도했다. 14%는 판단을 유보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한국갤럽은 응답자들에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에 찬성/반대하느냐”고 물었다. 리얼미터 설문 문항보다 간략한 설명이었지만 찬성 응답은 외려 더 높게 나왔다.

갤럽은 “과거와 달리 저성장 장기화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경제성장 못지않게 소득분배를 중시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는 찬성이 우세하지만 현 정부 경제·고용노동 정책 평가는 부정적이다. 즉 정책 방향에 대한 찬반과 정책 효과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반되는 부작용이 다수 지적되고 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지향점은 결국 경제성장이므로 일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야 정치권은 소득주도성장론 자체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기보다 정책 실행 방법과 속도 측면에서 변화와 묘수를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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