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영상물을 저장·보관하고 영상 2차 가공을 저작권 부담 없이 가능케 하는 공공 아카이브(기록보관소) 작업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 새 공공영상문화유산 정책포럼이 주관한 공공영상 아카이브 정책 세미나에서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제 모든 창작물을 온전한 문화유산으로 아카이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뒤 “개별 방송사에서 한정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넘어선 아카이브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날 주요하게 소개된 사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방송법에 따라 1974년 국립방송아카이브(INA)가 설립됐다. 국가예산으로 프랑스 영상 및 음원자료를 수집·보존한다. 예산의 70%는 수신료, 30%는 콘텐츠(저작권) 수입으로 충당한다.

홍석경 교수는 “공공영상아카이브는 상업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전제하에 공공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잠자고 있는 과거의 콘텐츠를 소통의 장으로 불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 뒤 “기존 저작권자 권리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1차 자료를 바탕으로 2차 시장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국가기록원이 국내 공공영상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하는 국공립기관에 해당한다. 최효진 새 공공영상문화유산 정책포럼 연구위원(한국외대 정보기록학 박사과정)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곳에서 총 9121건의 방송·영화·기업 영상자료만 수집됐다.

최효진 연구위원은 “한국영상자료원은 주로 영화에 국한되는데 비상영작이나 온라인상영작은 선별적으로 수집한다. KBS의 경우 폐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MBC의 경우 서비스 대상 콘텐츠의 절대량이 적고 B2B전용으로 사업자, 법인, 기관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 같은 수집체계가 “포괄성과 망라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공공영상문화유산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영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물리적 훼손 위기가 있으므로 보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0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 새 공공영상문화유산 정책포럼이 주관한 공공영상 아카이브 정책 세미나에서 이상훈 전북대 교수의 발제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 30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 새 공공영상문화유산 정책포럼이 주관한 공공영상 아카이브 정책 세미나에서 이상훈 전북대 교수의 발제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이상훈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공디지털영상아카이브 관련 법제도가 한국은 전무하다. 방송법에도 아카이브 관련 논의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 뒤 “프랑스는 방송법 상 의무기탁을 명시하고 있다. 문화자산으로서의 영상물을 디지털로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하고 해외 아카이브와 연계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보존기록물 대상을 지정하고 납본 대상을 명확히 하고 예산을 만들어야 하고 공공영역과 산업영역 아카이브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 뒤 “방송사는 개별적으로 각각 아카이브를 운영하는데 이들 기록물을 사회에 환원하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만 따라도 수집 근거는 존재한다. 저작권법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한 방송계 인사는 “저작물은 방송사의 사적 자산이다. 공공재에 대한 합의된 정의도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주장이라면 방송사 사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한 뒤 “특정 기간이 지난 콘텐츠만 2차 가공이 가능하다는 식의 보완된 논의와 함께 아카이브 작업으로 방송사업자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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