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사 온라인 보도를 삭제한 지 닷새 만인 지난 29일 후속 보도와 해명을 내놨다.

앞서 조재길 한국경제 기자는 지난 24일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50대 여성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세상을 등진 여성은 지난 7월 말 숨진 채 발견됐고 수년간 일한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식당 일을 찾았지만 실패하고 막다른 선택을 했다는 게 한경 기사 요지였다.

▲ 지난 8월24일자 한국경제 온라인판 기사는 삭제 조치됐다.
▲ 지난 8월24일자 한국경제 온라인판 기사는 삭제 조치됐다.
한경 보도는 한 사람 죽음과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무리하게 연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대전지방경찰청이 언론에 지난 7월 말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없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논란 속 기사는 같은 날 삭제됐다. 조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보도 이후 가족이 받을 2차 피해가 우려됐고 나이, 기초수급 여부 관련 팩트 오류가 드러나 기사를 삭제했다”면서도 “변사 사건이 있었다는 점,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해고됐다는 주변 지인 증언은 사실”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보’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한경이 지난 29일 오후 보도한 후속 및 해명 기사(‘최저임금 자살 사건’ 한경닷컴 보도의 전말)는 24일자 원 기사와 사실 관계 차이가 컸다. 

‘50대 여성’ 나이는 ‘35세’로 바뀌었다. ‘7월 말’이던 사망 시점은 ‘7월10일’로 특정됐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7월10일 사망 사건은 실재한다”고 말했다.

자녀도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원 기사에선 사망 여성이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지만 후속 보도에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후속 보도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사망의 연관성을 입증할 근거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란 주변 증언과 “식당에서 일하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해고됐다”는 제보자 증언이다. 그러나 죽음을 최저임금 인상 여파라고 단정하기엔 근거가 부실해 보인다.  

조 기자는 후속 보도에서 “처음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을 당시 완결성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선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연령대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도 중대 착오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기자는 “‘가짜뉴스’ 논란은 매우 유감”이라며 “기사 작성의 취지나 의도를 무시한 채 마치 한경이 허위 사실을 날조해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려 했다는 식의 일부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경제가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사 온라인 보도를 삭제한 지 닷새 만인 지난 29일 후속 보도와 해명을 내놨다.
▲ 한국경제가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자사 온라인 보도를 삭제한 지 닷새 만인 지난 29일 후속 보도와 해명을 내놨다.
조 기자는 30일 오후 통화에서 “언론들이 이미 팩트 오류를 인정하고 삭제한 기사를 다시 팩트체크하고 있는데 일반 언론계 관행하곤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일부 언론이) 여성 자살 사건 유무를 문제 삼으며 ‘없는 자살 사건을 지어냈다’고 비판했다”며 “분명 사건이 있었는데 한경 보도가 날조라거나 가짜뉴스라는 주장이 계속돼 고심 끝에 후속 기사를 보도했다”고 했다.

그는 “제보 시점부터 20여 일 경찰에 해당 사건이 있었는지 확인을 시도했다. 이후 사실 확인과 확보한 구체적 증언에 비춰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부 정책을 흠집 내려 한 것도 아니고 의도를 갖고 쓴 것도 아니다. 더 확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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