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 뇌전경보가 내린 가운데 작업하던 대한항공과 자회사 한국공항 노동자 3명이 낙뢰를 맞고 응급실에 후송됐다.
지난 28일 저녁 8시20분 경 김포공항 울산행 KE1615편 인근에서 작업하던 대한항공 정비사 A씨와 한국공항 램프여객 조업자 B·C씨가 낙뢰를 맞고 감전돼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이들은 재해 직후 의식을 차리지 못하거나 심한 구토‧두통 증세를 보였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인터폰맨’ B씨가 푸쉬백(견인차로 항공기를 뒤로 미는 것) 작업 중 비행기에 연결된 인터폰으로 기장과 통화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에 떨어진 낙뢰가 인터폰을 통해 흘렀고 폭우로 흥건히 고인 물을 통해 전류가 바닥으로 전달됐다는 추측이다. A·C씨는 비행기 바로 옆에서 비행기 진로‧상태를 보고 있었다. 인근에 있던 한 직원은 사고 당시 바닥에서 눈부신 섬광이 친 후 쿵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응급실에서 2시간 넘게 구토‧두통‧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던 이들은 이날 밤 10시30분께 퇴원했다.
김포공항엔 사고 당일 낙뢰를 경고하는 뇌전경보가 오후 4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발령됐다. 기상청이 내린 특보는 지방항공청(국토교통부), 인천·한국공항공사 및 관제탑 등 유관기관으로 즉시 전파된다.
다친 세 사람을 포함해 많은 한국공항 직원들은 이날 뇌전경보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저녁 7시께 처음 들었다. 한국공항 직원 D씨 “뇌전경보가 발령됐다거나 관련해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을 들은 사람은 조사한 직원들 중에선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후 한국공항은 ‘지점장이 저녁 7시에 조업중지 지시를 내렸다’고 직원들에게 해명했다. D씨는 “이 지시를 듣지 못하고 밤까지 작업을 계속한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현장 작업 노동자들 말을 종합하면 공항공사‧한국공항의 폭우 관련 안전 지침은 유명무실하다. 가령 한국공항엔 “뇌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땐 항공기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 “항공기 안, 건물 안, 자동차 안으로 대피해야지 밑으로 피신해선 안된다” 등 규정이 있다. 조업노동자들은 “피신을 하려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폭우·폭염·폭설 때도 작업중지 된 적은 근무 이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은 “뇌우시 지상조업 여부는 기장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정한다. 이날 근무한 조업노동자 E씨는 “기장은 관제탑 지시 없이 작업중지를 명할 수 없다. 관제탑이 상황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번개를 동반한 폭우 시 항상 감전사고를 우려한다고 했다. 작업중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몰리면 급하게 조업작업을 하게 돼 낙뢰 우려가 있어도 인터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한국공항지부(공공운수노조 산하)는 이와 관련 한 달 전부터 서울지방항공청 및 한국공항 측에 토잉카(비행기 견인 차량) 천장 설치와 안전화·절연화 구비를 두 차례 건의했다. 김병수 산업안전부장은 “당시 회사는 이런 문제는 국토부가 아닌 회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