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 뇌전경보가 내린 가운데 작업하던 대한항공과 자회사 한국공항 노동자 3명이 낙뢰를 맞고 응급실에 후송됐다.

지난 28일 저녁 8시20분 경 김포공항 울산행 KE1615편 인근에서 작업하던 대한항공 정비사 A씨와 한국공항 램프여객 조업자 B·C씨가 낙뢰를 맞고 감전돼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이들은 재해 직후 의식을 차리지 못하거나 심한 구토‧두통 증세를 보였다.

▲ 호우주의보·경보가 번갈아 내린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전경.(자료사진)
▲ 호우주의보·경보가 번갈아 내린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전경.(자료사진)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인터폰맨’ B씨가 푸쉬백(견인차로 항공기를 뒤로 미는 것) 작업 중 비행기에 연결된 인터폰으로 기장과 통화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에 떨어진 낙뢰가 인터폰을 통해 흘렀고 폭우로 흥건히 고인 물을 통해 전류가 바닥으로 전달됐다는 추측이다. A·C씨는 비행기 바로 옆에서 비행기 진로‧상태를 보고 있었다. 인근에 있던 한 직원은 사고 당시 바닥에서 눈부신 섬광이 친 후 쿵소리가 난 것을 들었다.

응급실에서 2시간 넘게 구토‧두통‧고혈압 증세를 호소하던 이들은 이날 밤 10시30분께 퇴원했다.

김포공항엔 사고 당일 낙뢰를 경고하는 뇌전경보가 오후 4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발령됐다. 기상청이 내린 특보는 지방항공청(국토교통부), 인천·한국공항공사 및 관제탑 등 유관기관으로 즉시 전파된다.

다친 세 사람을 포함해 많은 한국공항 직원들은 이날 뇌전경보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저녁 7시께 처음 들었다. 한국공항 직원 D씨 “뇌전경보가 발령됐다거나 관련해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을 들은 사람은 조사한 직원들 중에선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후 한국공항은 ‘지점장이 저녁 7시에 조업중지 지시를 내렸다’고 직원들에게 해명했다. D씨는 “이 지시를 듣지 못하고 밤까지 작업을 계속한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현장 작업 노동자들 말을 종합하면 공항공사‧한국공항의 폭우 관련 안전 지침은 유명무실하다. 가령 한국공항엔 “뇌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땐 항공기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 “항공기 안, 건물 안, 자동차 안으로 대피해야지 밑으로 피신해선 안된다” 등 규정이 있다. 조업노동자들은 “피신을 하려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폭우·폭염·폭설 때도 작업중지 된 적은 근무 이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은 “뇌우시 지상조업 여부는 기장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정한다. 이날 근무한 조업노동자 E씨는 “기장은 관제탑 지시 없이 작업중지를 명할 수 없다. 관제탑이 상황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 지적했다.

▲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 관계자가 지방서울항공청 및 한국공항 측에 안전화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신발에 테이프 등을 감은 모습.
▲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공항지부 관계자가 지방서울항공청 및 한국공항 측에 안전화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신발에 테이프 등을 감은 모습.

이들은 번개를 동반한 폭우 시 항상 감전사고를 우려한다고 했다. 작업중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몰리면 급하게 조업작업을 하게 돼 낙뢰 우려가 있어도 인터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한국공항지부(공공운수노조 산하)는 이와 관련 한 달 전부터 서울지방항공청 및 한국공항 측에 토잉카(비행기 견인 차량) 천장 설치와 안전화·절연화 구비를 두 차례 건의했다. 김병수 산업안전부장은 “당시 회사는 이런 문제는 국토부가 아닌 회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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