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최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다. 공공기관의 규모와 업무 특수성에 비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다. 때마다 터지는 공공기관 비리는 더욱 국민과 멀어지게 만들고 미숙한 일처리로 국민 피해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9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장들의 CEO정신을 강조하면서 홍범도 장군까지 소환했다.

김 부총리는 “1920년 홍범도 장권이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다. 우리는 4명이 전사했는데 일본군 150명 이상을 사살하는 쾌거”였다며 “일본군의 정규군과 맞붙어서 싸운 대규모 전투에서 거둔 첫 승리이고, 그 전에 이와 같은 큰 승리가 없다가 봉오동전투에서 우리 독립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쾌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홍범도 장군은 지형의 이용이라든지 게릴라전과 같은 그 전에는 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전략을 쓰셨다고 한다”며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들은 계급장이 없고, 상하 간의 이와 같은 계층이나 하이어라키(hierarchy)가 없었다고 합니다. 홍범도 장군이 음식이라든지, 배려라든지, 아래 사람을 먼저 배려하며 똘똘 뭉칠 수 있는 단결이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장하성 정책실장. 윗줄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2018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장하성 정책실장. 윗줄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 연합뉴스
김 부총리는 “봉오동전투 전에 독립군이 인근 주민을 전부 소개하고 피해가 없도록 했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정책 대상자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십”이라고도 했다. 공공기관장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강을 다잡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신상필벌 추천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책임을 위해서 기관장의 연대책임과 신상필벌과 함께 다시금 이러한 일(공공기관 비리)이 생길 경우 일벌백계하는 령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적 가치 등을 중심으로 한 1단계 공공기관 평가 개편에 이어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혁신지표를 신설하는 2단계 평가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또한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개 준정부 93개, 기타 공공기관 210개 등 모두 338개가 있고 GDP 대비 41% 차지하는 641조 원의 예산을 쓰고 있고, 국가 공무원의 54%인 34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공공기관의 책임이 무겁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김 부총리는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이런 것에 대해서 소홀히 한 적이 없지 않았나 싶다”며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증가 이런 것들이다.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이 요구하는 혁신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공적인 지위와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공성 회복”이라며 “채용과 입찰 비리, 어렵고 위험한 일은 위탁업체나 비정규직에 맡기고 민간 부문에 갑질을 하는 등 드러난 현실이 국민들께 큰 실망을 주었다. 공공기관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성을 강화해야할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상생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이 돼야 한다며 산간벽지 주민의 철도역 이용 편의를 위한 공공택시 서비스, 초과근무 수당 등 절감한 재원으로 지난해 신규 인력 72명을 채용한 동서발전 등을 예로 들었다.

이날 워크숍은 공공기관 혁신 성공 모델과 공공기관 국민체험 사례 등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기강 다잡기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 성장 기조 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공공기관이 효율성만 따져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혁신의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워크숍에서 논의 제기된 내용 등을 관계 부처,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공공기관 정책에 반영하고, 공공기관의 혁신성과가 가시적이고 속도감 있게 창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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