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 독특한 안건이 올라왔다. 제목은 ‘위원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이상로 위원의 유튜브 동영상 게재에 관한 사항’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유튜브 동영상에 출연해 JTBC 태블릿PC 관련 안건이 ‘문제없음’ 결정난 데 반발했다. 그는 동료 위원들을 가리켜 “공정하게 방송을 심의하겠다는 기본적 자세, 용기, 양심, 학식이 없다” “심의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사려 깊지 못한 방법과 표현으로 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생각이 짧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동안 사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던 이상로 위원은 자신의 처분이 논의되자 입장을 바꿔 사과했다. 문제 된 영상은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수 위원이 “유튜브 영상으로 사과할 수 있냐”고 묻자 이상로 위원은 “당장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불신임안까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상로 위원의 군더더기 없는 사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 사진=김도연 기자.
▲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 사진=김도연 기자.

그런데 이렇게 끝날 문제일까.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이 이상로 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할 게 자신들을 향한 명예훼손 영상 뿐이었을까? 

심의위원들은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은 묻지도 않았다. 지난 4월 이상로 위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지만원씨의 게시글 삭제 논의 때 ‘표현의 자유’라고 반발했고 유튜브 영상에선 지만원씨의 글이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재심 때 이상로 위원은 “제가 북한군이 왔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물론 ‘5·18구속부상자회 전북지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상로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원들은 이상로 위원의 5·18 발언과 그 발언이 담긴 영상에는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위원들이 안건까지 발의한 데는 ‘5·18 북한군 침투설’ 옹호 등 편향적 언행에 대한 문제의식도 반영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료 위원 명예훼손에 대한 사과만 듣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건 위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자유한국당도 납득하기 힘들다. 역대 한국당 추천 심의위원 가운데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인사는 없었다. 과거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도 ‘5·18 북한군 침투설’을 보도한 TV조선 중징계에 동의했다. 더구나 지금 한국당은 보수 혁신을 논하고 있다. 구태와 작별하려 한다면 이상로 위원 추천이 옳았는지부터 따지고 추천 철회를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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