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비방한 게시글이 ‘정당 명예훼손’이므로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정당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인터넷 게시글 삭제요청에 제한적으로 심의하겠다고 결정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월 자유한국당이 한국당 및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게시글들이 ‘당 명예훼손’이라며 삭제 민원 200여건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방통심의위는 국회의원 본인 명의의 민원만 심의해왔으며 정당이 명예훼손 심의를 요청한 건 처음이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외부 자문을 받아 정당이 명예훼손을 요구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정당 명예훼손은 ‘정당을 비판하는 등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과 ‘정당 소속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을 정당이 대신 민원 제기하는 경우’로 나뉜다. 

논의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 전원은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정당이 공적 기구이고 표현의 자유 위축을 고려해 명백하게 허위라는 점이 드러날 경우만 제한적으로 심의하겠다고 결정했다. 또한 ‘정당 소속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은 정당 명예훼손과 별개라서 당사자가 민원을 넣지 않는 한 심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정당 명예훼손 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여권 추천 이소영 위원은 “정당은 비판에 열린 존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명예훼손을 인정해선 안 된다”며 “의원의 명예훼손의 경우 억울한 게 있다면 당사자가 직접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 김재영 위원 역시 “정당이라는 존재가 국민의 비판, 감시의 주 대상이 돼야 한다”며 동의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도 제한적 심의에 동의했으나 ‘가짜뉴스’ 처리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이 “문제는 ‘가짜뉴스’라고 얘기하는 허위사실”이라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보도형식으로 재구성해 인터넷에 띄우는 경우 (당에서) 화를 많이 내시더라”라고 전했다. 그러자 이소영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자율규제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가짜뉴스는 어떤 제도로든 해결 안 된다. 오늘은 허위였지만 내일 허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게 얼마나 많나. 함부로 사실여부를 단정하기 힘든 문제”라고 지적했다. 

▲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방통심의위원들은 정당 명예훼손 심의의 구체적 요건은 추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법원 판결 또는 이에 준하는 결정이 나오는 경우에 한해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방통심의위는 경인선 영상 왜곡 보도로 법정제재를 받은 TV조선 ‘뉴스9’의 재심 요청을 6:3으로 기각했다. 

TV조선 ‘뉴스9’은 지난 4월1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광주 경선장과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 경선장을 한 공간처럼 왜곡했다. 광주에서 김정숙 여사 옆에 김경수 전 의원이 있었고, 고척돔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으로 가자”라고 말했는데 ‘그림’을 만들기 위해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민원이 제기됐고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전원은 제재 후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는 등 재심을 할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의견을 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