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불란셔 제빵소’는 짐작하겠지만 조선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빵집이다. 파리바게뜨 PPL(간접광고) 때문에 극에 삽입된 곳이다. ‘불란셔 제빵소’는 극중 고애신(김태리 분)과 쿠도 히나(김민정 분)가 만나는 곳이면서 구동매(유연석 분)가 왕사탕을 먹는 곳이자 함안댁(이정은 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 빙수를 맛본 곳이기도 하다.
‘불란셔 제빵소’에 등장하는 메뉴는 하나같이 색이 곱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이게 카스테라라는 서양 떡이다. 먹어 보거라. 꼭 조선의 무지개떡같이 생기지 않았니.” 지난 18일자 방송에선 고애신이 글로리 빈관 여종업원에게 무지개 카스테라를 썰어주며 친 대사다. 언론은 파리바게뜨의 매출이 급증했다며 PPL효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극에 자주 등장한 ‘가배’ 또한 커피업체 PPL이라며 친절한 상품 소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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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중간광고를 두고 시청권을 침해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하지만 적어도 중간광고는 극에 ‘침투’하지 않는다. 중간광고는 작가와 PD가 머리를 싸매가며 어떻게 PPL을 대본에 자연스럽게 녹일까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다. 앞서 2017년 공전의 히트작이 된 ‘도깨비’는 드라마라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홈쇼핑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PPL이 가득했다. 작가와 PD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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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저게 PPL인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을까. 왜 이런 ‘피곤함’을 매번 감수해야 할까. 극 중 이완익(김의성 분)을 볼 때마다 매국노 이완용을 떠올리고 조선을 떠올리다가도 ‘불란셔 제빵소’를 보면 내일 출근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오르골과 나루터 주막의 삼계탕, 일명 치킨수프도 실은 어느 기업의 신제품이란 사실에선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허무해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