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에 분노하는 자발적 시민들의 모임인 ‘헌법앞성평등’이 2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앞에서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 성차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남성을 포함해 13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헌법앞성평등은 △‘홍익대학교 미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여성에게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건 등을 이유로 국가가 성차별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배우 김꽃비씨와 활동가 두슬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지예 변호사, 출판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활동가 탁수정씨가 이날 발언자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정춘숙 의원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의 응원 메시지도 등장했다. 

금태섭 의원은 “미투 운동이 악습과 싸우고 변화를 이끌었으나 사법 권력은 아직도 편파적이며 수사와 기소를 비롯한 모든 사법절차에서 여성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25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역사박물과 앞에서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 항의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25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역사박물과 앞에서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 항의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 25일 한법앞성평등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 25일 한법앞성평등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신지예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말만 페미니즘 정부라고 해놓고 행동하지 않고 있다. 문 정부 지지율이 60% 밑으로 내려간 이유로 경제정책 실패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촛불로 이뤄진 정권도 다시 내려오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자신을 과거 안희정 지지자였다고 밝힌 김지예 변호사는 “문명이 발달하면 법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통치하는 수단이 아닌 약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진화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의 법은 여성들을 지배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탁수정씨는 “헌법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그 모든 국민 안에 안희정, 안태근, 이윤택, 조재현, 김기덕, 고은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김지은, 최영미 등 수많은 피해자 그리고 모든 여성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검찰과 법원, 경찰, 가해자, 언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헌법앞성평등이 마련한 검찰과 법원, 경찰, 가해자, 언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이날 집회에는 남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주에 이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힌 유형섭(25)씨는 “동성 친구들이 여성을 성적 도구화 해서 하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불쾌했다. 그게 왜 그렇게 불편하나 싶었는데 미투운동을 계기로 그것이 혐오 발언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며 “그동안 혐오발언을 들으며 살아온 여성들을 지지해 주고 싶어 2주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영(29)씨는 “요즘 계속 일어나는 일들이 여성을 점점 더 억압하려고 하는 거 같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남성들의 연대가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한 뒤 “예전에 ‘김치녀’라는 단어가 잘못된 단어인지 모르고 썼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랬다고 치지만 지금은 혐오 발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헌법앞성평등은 집회 현장에 조선일보 계열사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배우 고 장자연씨 관련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조선일보 계열사의 취재와 촬영은 정중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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