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영향으로 서울 전역에 비가 내린 24일, 시민 700여 명이 촛불문화제를 열고 “태풍보다 재벌갑질이 더 무섭다. 조양호·박삼구 회장은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오너일가 갑질·비리 근절을 위해 모인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23일 한반도 전역이 태풍 영향권에 접어들며 집회 취소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이들은 “태풍보다 항공재벌 갑질이 더 무섭다”며 개최를 강행했다.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현정 PD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김현정 PD

문화제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호통 영상’으로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그랜드하얏트호텔 공사장에서 인부에게 손찌검을 하고 서류더미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 행위가 확인돼 도마에 올랐다.

그러는 동안 “재벌 일가가 불법·비리로 부를 세습할 때 우리는 정직히 일해서 돈을 벌었다. 국적 항공사를 개인항공사로 사용한 당신들을 고발한다”며 “우리는 노예가 아님을 선언한다. 우리는 노동자고 당당히 주권을 가진 시민“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오너 일가의 무능과 노조 탄압을 규탄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임진왜란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기내식 대란이 일어나 아름다운 직원들이 총알받이가 됐다”며 “항공기 지연과 노밀로 인한 승객들의 불편함, 협력업체 사장의 죽음, 정작 만신창이가 돼버린 것은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박삼구 빚을 갚느라 아직 직원들에게 임금인상도, 성과급도, 진급도 안된단다“며 ”인력은 부족해 업무는 힘들어졌고 돈 되는 건 다 팔고, 스케줄 운영이 힘들어져 병가자만 늘고 정직원이 하던 일을 아웃소싱해서 최저임금 일자리로 대체하고 갑질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창진 대한항공노조(공공운소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은 “자발적 노예가 되지 말자”고 밝혔다. 이날 대한항공 노조 대다수 간부들은 비행일정으로 집회를 오지 못했다. 박 지부장은 “처음엔 가면 속에 우리 모습을 가두고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며 “함께 하는 동료와 지지하는 국민들을 믿고 조씨 일가가 퇴진할 때까지 용기를 낼 것”이라 말했다.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이 24일 무대에서 벗어던진 가면이 바닥에 떨어져있다. 사진=김현정 PD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이 24일 무대에서 벗어던진 가면이 바닥에 떨어져있다. 사진=김현정 PD

양대 항공사 노조 조합원 30여 명은 이날 무대에 올라 동시에 가면을 벗어 던졌다. 지난 5월 집회가 시작된 이후 최초 행동이다.

대한항공 항공기를 청소하는 한 노동자는 “재벌들만 대한민국 국민이냐”고 소리쳤다. 그는 해고된 동료 직원에 대해 “승객이 버리고 간 화장품 샘플을 줍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다 걸려 즉시 해고됐다. 가족 생계를 책임진 노동자를 작은 실수로 이유로 생존권을 박탈했다”며 “조양호 일가는 밀수품을 반입했는데 어떤 벌도 받지 않고 있다. 이들의 충격적인 갑질도 국민들 머리에서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를 다니는 20대 청년도 “사회에서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 광장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논란이 돼야 할 일이 논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엄중 처벌을 물을 지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항공재벌 갑질격파 시민행동’은 2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양호·박삼구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집회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지표가 최악이라며 시급 7530원 받고, 한 달 158만원 받는 저임금 노동자 때문이라고 한다”며 “올해 조양호 회장은 58억 원, 시급 607만원을 가져갔다. 조현민 전 전무는 퇴직금 13억 원을 챙겼다. 갑질만 왕인줄 알았더니 월급도 왕이더라”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재벌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용처럼 대통령, 총리 몇 번 만나고 일자리 몇 개 만들어주겠다 약속하면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는 나라”라며 “이럴려고 촛불을 든 게 아니지 않느냐. 재벌 불법 행위를 바로잡으려면 그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행동 촛불문화제엔 KTX 해고 승무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서울교통공사노조, 공공운수노조 산하 본부 및 노조, 한신대학교 재학생 등이 응원 영상으로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이학영·우원식 의원 및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권수정 서울시의원 등도 ‘항공재벌 갑질격파’ 응원 영상에 참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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