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증거 조작 정황이 드러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구속피의자가 “교도관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구치소는 “사실과 다른 과장된 주장”이라고 밝혔다.

서울구치소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입소 과정에서 교도관이 ‘다리를 꼬지 말고 앉아 달라’고 정확히 경어로 말했다. 폭언한 교도관·기동대는 없으며 수갑, 포승줄은 가방을 던지는 등 수용자의 흥분한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보호장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 자료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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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아무개씨(46)는 지난 22일 자필진술서를 공개해 교도관이 다리를 꼬지 말라며 반말을 썼으며 항의하는 자신을 옆방으로 옮겨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마스크를 씌웠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다수 기동대원들이 추가로 수갑·포승줄을 채웠고 몇 일 후 수용된 방을 찾아와 폭언·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흥분된 상황에서 머리를 벽에 박는 등 자해의 우려가 있어 머리 보호장비(마스크)를 씌운 것”이라며 “기동대원들은 통상적인 순찰 차 김씨 조사방을 들러 ‘기상시간 지났으니 일어나서 생활하라’고 안내했다. 폭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관련 교도관·기동대에겐 형법상 직권남용 및 폭행·가혹행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으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를 직권남용죄로, 형법 125조는 인신구속 직무와 관련된 공무원이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한 경우를 범죄로 규정한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면담을 요청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는 이후 구치소 측과의 대화에서 사실보다 과장되게 보도된 부분에 사과 의사를 전달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4대 종단 “공안기관, 이용가치 떨어지면 국보법 적용"

한편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씨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경찰이 조작된 증거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아무 검증없이 영장을 발부했다고 비판했다.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며 기재한 '조작 의혹' 문자메세지 내용.
▲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며 기재한 '조작 의혹' 문자메세지 내용.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경찰공용폰으로 수신한 한 영문 메세지를 김씨가 작성한 문자라고 증거로 제출하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법원에 주장했다. 보수대는 이후 ‘수사관 개인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김씨 변호인단은 “경찰 말대로라면 김씨는 경찰이 감시하는 경찰서에서 증거인멸 시도로 보이는 문자를 작성한 게 된다. 또한 20일 전에 경찰이 받은 문자를 김씨 작성 문자라고 실수로 오해했다는 해명도 납득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은 “김씨는 2007년부터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제출해 합법으로 북한 인사를 만났고 이후 만날 때마다 통일부 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며 “통일부 허가를 받고 사업을 한 사업가가 군사기밀을 북한 인사에게 넘겼다는 수사당국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김씨와 같이 국가 공작에 이용되고 이후 활용가치가 떨어질 경우 증거조작을 통해 국보법이라는 굴레를 씌어 개인 인권을 말살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도했다”며 “김씨 석방을 요구한다. 한 가족의 가장이 합법을 가장한 국가 폭력 희생자가 되지 않길 관계기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안면인식 기술 관련 정보기술업체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남북 경협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국보법 위반 회합·통신·자진지원 등 혐의로 긴급체포돼 지난 11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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