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성비서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해 호응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22일 페이스북에 한장의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여성비서관의 오찬 소식을 알렸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영문 연설집에 서명을 하고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 엄규숙 여성가족비서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이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생선구이와 버섯조림으로 차려진 점심식사를 나누며 최근의 여러 현안들, 특히 여성 관련 현안에 대한 비서관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자신의 삶과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혀 오찬에서 나온 대화 내용이 젠더 이슈였음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여성 관련 현안, 상호 존중하는 직장 문화 등을 주제로 약 두 시간 가까이 식사와 대화를 이어간 대통령과 비서관들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발간된 영문 연설집에 서명하는 것으로 점심자리를 마무리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여성 관련 현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성비서관이 오찬을 하면서 여성 현안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는 평범한 내용인데 호응을 얻는 것은 사진이 보여준 효과가 커서다.

공개한 사진은 기존 대통령과 참모진 모습과 차별된다. 보통 대통령과 참모진이 함께 있는 모습은 수직 관계를 반영해 딱딱히 굳어있는 것이 보통이고 그런 모습이 익숙하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 속 여성비서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싸고, 책상에 기댄 자연스런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과 티타임을 갖거나 산책 하면서 탈권위적이며 소통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성비서관과 함께 찍은 사진도 대통령 소통 이미지가 적극 반영돼 있다.

청와대가 유일하게 공개한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늘 못 온 유송화 비서관 외에 여러분이 전부인가”라며 겸연쩍게 웃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내각 여성 인사 비율을 30% 늘리고 임기 내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대선에서 공약했다. 청와대 참모진으로 따지면 여성 비서관의 수는 이날 오찬에 참석하지 못한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을 포함해 6명이다. 청와대 2기 개편안으로 비서관급 인사가 진행 중인데 지난 6일과 16일 후속 인사 발표에서 여성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공개 일정이 없다고 했지만 여성비서관과 대통령이 오찬을 했다는 내용을 깜짝 공개했다. 참모진과 식사하는 게 특별하지 않은데 굳이 청와대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공개한 건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청와대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
▲ 청와대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사진.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불법촬영에 여러 차례 강경 대응을 지시하는 등 역대 대통령과 달랐다.

정부 출범 이후 미투운동이 본격화되고 워마드 논란까지 일면서 젠더 이슈는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왔고, 불법촬영에 대한 편파 수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성비서관의 얘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통령이 젠더 이슈를 관심 있게 들여다 본다고 암시를 주는 게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젠더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사진 공개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

8월 3주차 50% 중반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는데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 보도 급증에 따른 편승 효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이 정부 여당에 불신감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여성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 이상으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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