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갈등설을 연일 보도하는 언론을 꼬집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갈등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야말로 숨소리만 달라도 ‘견해차가 있다’라고 기사화되는 상황에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강조하면서 두 사람의 정책적 목표는 같다고 밝혔지만 언론은 관계자의 워딩 중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을 따서 정책 수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확산되자 관계 당사자는 “오늘 제가 드린 얘기는 소득주도성장의 변경을 얘기한 게 아니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최저임금으로 등치시키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의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는 뜻이며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바로 잡았다.

이런 가운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장하성-김동연 갈등설 자체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말 한마디를 소재로 삼아 갈등설을 부각하는 언론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격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례회동을 하기로 했지만 한번 만난 뒤 후속 만남이 없다며 두 사람의 갈등설 근거로 삼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조만간 만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꼭 그런 만남보다도 이미 두 분을 포함해서 청와대와 기재부가 정말 빛 샐 틈 없이 소통을 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리러 오는 자리에서도 만나고 있고, 소통하고 있고 현재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은 소득기조성장이 두 사람의 갈등설로 정책 혼선이 있는양 비춰지고 여론이 악화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련 언론 보도 역시 정치적 공세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고용률 저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 역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흔들기 위해 과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은 것도 관련 언론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움직임 중 하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 곧바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무색케하는 보도가 나왔다. 관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들의 감축계획을 세웠다는 보도에 대해 개인 비난성 보도라는 취지로 말하고 자제를 부탁했다. 관련해 중앙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절반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며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게 그 아파트 현장을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썼다.

▲ 문재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는 집권 2년차 ‘문재인표’ 경제정책이 흔들리면 앞으로 개혁입법 과제를 관철시킬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 받아야지 능력이 입증되고 개혁에 탄력이 붙어 하락 추세인 대통령 지지율도 회복할 수 있을 걸로 본다. 하지만 언론이 생채기 내듯 발목을 잡으려는 보도를 쏟아내고 이에 끌려다니다 보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보수언론 주장대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과거 대기업 중심의 수출 규모를 집중 키우는 정책으로 돌아서면 개혁 지지층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2020년 총선에서 패배로 이어져 정권 재창출도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말 탈핵 정책에 따라 아랍에미리트의 불만이 커져 이를 무마하려고 특사를 파견한 게 아니냐는 의혹성 보도가 쏟아졌을 때도 청와대와 언론은 한 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특사로 칼둔 행정청장이 방한해 한국 언론보도에 유감을 표명한 뒤 관련 보도가 줄었다. 당시 정부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언론의 정권 길들이기 아니냐는 여론이 일면서 정권이 보수언론과 싸움에서 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신경전 이상의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도 집권 2년차 경제부문의 평가가 곧 개혁정권 성공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국정홍보비서관직을 국정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나눈 것도 언론 대응이 정교해질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국정기획비서관은 유민영 전 춘추관장이 선임됐고 국정홍보비서관은 아직까지 미정이다. 집권 2년차 국정홍보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적임자를 찾기 위한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홍보비서관은 정부 정책홍보를 총괄하면서 언론 대응 기조까지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오보를 바로잡는 차원의 수세적 입장을 넘어 정책을 설명하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적극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