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 발목잡는 국가보안법, 방관하는 언론

한반도 지각변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언론(이하 언론)의 역할은 매우 실망스럽다. 지구촌의 시각에서 상황 개선에 기여하거나 선도하는 보도보다 미국 정부나 미국 언론의 동향을 전달하는 데 열중할 뿐이다. 민족과 동북아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제4부로써 독자적인 시각이나 시시비비가 보이지 않는다. 촛불혁명 이전과 흡사하다.

예를 들면 남북, 북미 정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 문제로 북미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언론은 미국 편에 서는 식의 보도를 할 뿐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언론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서 유엔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에 대한 타당성 점검 등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책무를 이행하는 뉴스를 발굴 보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아쉬운 예를 들어보자.

문제제기 없는 언론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명한 2019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아래로 감축할 경우 미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미국의소리 8월14일).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그 주둔을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한미 간에 발표가 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그 주둔비를 100% 내라’고 한국을 윽박질렀던 적이 있다.

▲ 2017년 11월7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2017년 11월7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주한미군이 한국의 방위용이라고 말해 오다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가 나오자 말을 바꿔 주한미군은 ‘한국은 물론 동북아 안정에 기여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한미 정부가 협상중인 주한미군 주둔비 계산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평화체제 이후 주한미군에 대한 중국 등의 대응과 전략 등을 따져보아야 할 터인데 국내 정치권이나 어느 언론도 이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정보가 부족했던 조선 말기도 아닌데 너무 한심하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우리 언론의 관심사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한국의 자주적이고 독자적 노선 모색도 필요하지만 언론은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자 미국 국무부는 즉각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미국의소리 8월16일). 이는 한국의 자주적 정책 추진에 대한 발목 잡기로 해석할 수 있지만 언론은 조용하다.

중국 환구시보는 문 대통령의 철도공동체 제안을 가로막을 최대 난관은 미국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핵 포기까지 대북 제재를 강행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이 미국의 압박을 무릅쓰고 문 대통령의 철도계획을 추진할 용기가 있을 것인가 하고 물었다(환구시보 8월16일).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에 경제 보복을 지속하는데 이는 한미군사동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남북 교류 발목잡는 국가보안법, 방관하는 언론

남북 정상들이 판문점 선언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국보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운동권 간부 출신 40대 대북사업가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증거를 구속영장에 기재해 법원에 제출한 정황이 드러나 변호인은 "수사팀이 없는 증거를 침소봉대해 조작·날조한 사건으로 수사팀 전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국가보안법상 무고 증거 날조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시스 8월 16일). 언론이 평양 주재 특파원을 앞다퉈 추진한다지만 국보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불투명하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같은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같은달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언론은 북미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객관적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냉전시대부터 해왔던 식의 한심한 보도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 등에 대해 “~의 노림수로 보인다”, “~로 해석된다”는 식으로 보도해 북한의 의도가 부정적이고 음모적이며 다분히 파괴적이라는 선입견을 같도록 유도하고 있다. 언론이 북한과 관련한 심리전을 국내 독자와 시청자를 상대로 벌리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위다.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기레기 청산을 공약했던 공영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언론의 모습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시대부터 국가보안법과 한미군사동맹에 재갈이 물린 처량한 모습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 동조를 처벌하는 국보법 7조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족쇄에 짓눌린 상태다. 국보법이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해왔고 한미군사동맹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여러 차례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