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사이버 동향보고서’ 문건 중 MBC ‘PD수첩’이 보도한 기무사 민간인 사찰 방송 관련 여론감시 방안도 있었다.

지난 6월 활동기한이 끝난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사이버사 530심리전단이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청와대 요청으로 국방비서관·대외전략비서관실·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형태로 댓글 활동 등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댓글조사 TF는 국방망과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망 압수를 통해 사이버사의 청와대 송신 메일 765건과 ‘사이버 일일동향 보고서’ 문건 1180건 등을 찾아냈다.

최근 미디어오늘이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이버사가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중에는 2010년 12월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그날의 진실’ 편 관련 인터넷 여론동향 파악도 있었다.

▲ 지난 2010년 12월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그날의 진실’ 편 갈무리.
▲ 지난 2010년 12월14일 방송된 MBC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그날의 진실’ 편 갈무리.
사이버사는 당시 PD수첩 방송과 관련해 사이트별 반응을 체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다음 아고라엔 19개 기사에 댓글 952개가 달렸는데 이중 ‘VIP(이명박 전 대통령)와 정부 비난’은 67%, ‘기무사 비난’ 9%, ‘MBC 비난’ 16%였다고 분석했다. 사이버사는 보고서에 “다음 아고라 게시판 조회 수는 11만 4280회로 비난 게시글 추천이 4895회로 관심이 폭증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사는 이날 방송 관련 정부와 군, 기무사 관련 주요 댓글 내용까지 청와대에 보고했다. 사이버사가 정리한 정부와 군 관련 댓글은 “민간인에 대한 검·경·군의 전방위 사찰이 비극에 달했구나. 사찰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취약한 정권”, “군인은 민간인 사찰하고 젊은이는 한나라당 알바 노릇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사이버사는 기무사와 관련해서도 “적 첩보 수집 대신 민간사찰, 정치사찰 하는 통에 천안함·연평도가 깨졌다”, “국민의 군대가 아닌 누굴 위한 군대인지 반문하고 싶다”는 댓글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사이버사는 이에 분석과 조치사항으로 “포털 사이트는 기사가 전무한 반면, ‘아고라’ 게시판의 관심 고조는 종북, 좌파세력의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화 시도로 판단된다. 향후 VIP·정부·군 비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편을 제작한 MBC PD들은 “당시 방송 관련 직·간접적인 접촉이나 회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이버사의 동향 보고가) 그 정도였다니 너무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청와대에 MBC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방송 관련 동향까지 보고했다. 사이버사는 “향후 VIP(대통령)·정부·군 비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청와대에 MBC ‘PD수첩’ 기무사 민간인 사찰 방송 관련 동향까지 보고했다. 사이버사는 “향후 VIP(대통령)·정부·군 비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노컷뉴스
PD수첩은 2009년 9월15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논란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데 이어 2010년 12월14일엔 민간인을 사찰한 신아무개 기무사 대위가 평택역 쌍용자동차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빼앗은 대학생 안아무개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신 대위의 수첩과 동영상에 민간인 20여 명의 일정이 기록돼 있었고, 사찰 대상자들이 몇 시에,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까지 적혀있었다고 밝혔다. 신 대위는 쌍용차 집회에 군 장병이 참가한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공무수행 중이었다고 했지만, 입수된 영상 속에는 장기간에 걸쳐 특정 정당의 당원과 그 가족까지 촬영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21일 밤 방송될 PD수첩 ‘군부 쿠데타 2’ 편에선 2017 작성된 기무사 문건에 나온 기무사가 경찰과 연결돼 있는 65개 회선을 이용해 민간인들의 주소와 범죄경력 정보, 출입국정보 등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상시 열람한 사실 등을 파헤칠 예정이다.

PD수첩은 “심지어 부대 면회객들을 미행, 감시, SNS 관찰 등 갖가지 방법으로 사찰해 기무사가 사찰 공화국의 선봉 노릇을 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PD수첩은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사찰하고 대통령급 보고서 등 여러 종류의 사찰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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