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취임 1년이 넘어 조정국면에 들어섰기에 지지율 하락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진단도 있지만 최근 벌어진 논란거리를 들여다 보면 지지층 이탈을 고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한달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월 2주차 69%였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8월 1주차 60%로 떨어지고 8월 2주차 58%를 기록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5월 1주차 조사에서 83%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은 뒤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가 50%대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50%선이 무너져 아래로 떨어지면 국정수행 동력이 급격히 상실된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세대가 19~29세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7월 2주차 조사에서 19~29세 세대의 긍정평가는 77%, 부정평가는 16%를 기록했지만 8월 1주차 조사에선 긍정평가 63%, 부정평가 23%로 집계됐다.

해당 세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노쇠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와 비교돼 문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주목 받았고 개혁 이미지가 강해 젊은 세대에 크게 어필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3개월 만에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19~29세 세대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 취임 초 국정운영 지지도가 상승했다 6개월 전후 정점에 달한 뒤 1년 6개월 전후부터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까지 포함해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밀월기간’을 보통 6개월로 보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1년 넘도록 지지율이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지지율이 상승한 요인으로 평창동계올림픽, 4·27 남북 정상회담, 2차 번개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 접어들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워낙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다보니 하반기 하락한 지지율 수치가 도드라진 측면도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초 67%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였고, 지난해 퇴임했을 때 59%를 기록했다. 경제성과가 집권 내내 뚜렷이 나타났고, 대국민 소통에 능해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다.

민주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집권 초 발행한 국정플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임기 중반 정치 이벤트를 통해 일부 지지율을 회복했다 하강하는 패턴을 반복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노태우와 전두환을 구속시킨 5·18 특별법을 통과시켜 반전을 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지지도를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 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UAE 원전수주로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대통령 지지율은 결국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한 민생 챙기기와 능력을 드러낼 정치적 이벤트에 달려있다.

▲ 지난 8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8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민생안정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일 일자리 고용지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는데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당 대표 이해찬 후보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성장 잠재력이 아주 낮아져 지금 결과(고용지표 악화)가 이렇게 나왔다”고 한 것도 면피성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책 성과를 보이기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경제가 나아질 신호를 보내는 문제는 엄연히 다르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 갈등설도 악재다. 정책 목표는 같다지만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놓고 두 사람의 철학이 다르다고 볼 정황이 나온다. 갈등설이 부각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느 한 사람을 경질하기도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부여받았기에 이에 대한 응답도 국정운영 지지도에 영향을 미친다. 개혁이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 실망감이 확산되고 ‘촛불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해 지지철회로 이어지고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

특히 시민사회가 정부에 실망하는 모습이 커진다. 대표적으로 전교조 법외 노조 문제를 놓고 청와대가 법적 해결 입장을 밝혀 반발이 거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전교조 위원장을 찾아 “이해할 수 없는 현장이다. 촛불의 중심에 전교조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를 청산할 계기의 선봉에도 전교조가 있었다”면서 “정부의 우군인 전교조의 위원장이 고통 받고 있는데, 청와대 행정관 한 사람 와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꼽씹어 볼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최대 강점은 변화된 소통방식에 있는데 이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탈권위, 투명, 개방, 공유 등 여러 키워드로 보면 박근혜 정부와 차원이 다른 소통을 하는 건 사실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운용, 대본 없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청와대 정례 브리핑, 민생현장 탐방, 의전 최소화로 인한 시민과 접촉 등 소통방식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 확실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 지난 7월 26일 광화문 한 맥줏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시민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 지난 7월 26일 광화문 한 맥줏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해 시민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법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기존 쌍방향 소통 방식을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산분리법 완화 뒷배경에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1일 의원총회에서 “인터넷은행은 2016년 말에 졸속으로 인가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이 생략된 채 행정독재식으로 인허가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하는 등 은행법을 어긴 K뱅크는 인가 받고, 은산분리 규제를 준수한 아이뱅크는 탈락하는 등 특혜 선정 의혹도 제기했다”며 “지금 이렇게 급작스럽게 은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금융당국이 그동안 K뱅크 등 인터넷뱅크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모든 과오를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박근혜 정부조차 풀어주지 못한 재벌의 오래된 숙원사업을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주려 하고 있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의료 민영화 정책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나치게 의료 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의료를 포함하느냐 문제를 놓고도 논의 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원격진료의 필요성은 지금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의료의 영리화, 원격진료가 시작되면 그게 의료의 영리화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우려를 가지고 계신데, 그런 우려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대통령의 발언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의료 민영화는 보수 정권에서 재벌이 빗발치게 요구한 사안이었지만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21일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의료규제완화, 의료민영화가 우려되고 있다. 2002년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부터 영리병원 문제가 대두됐다”면서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도 시행하지 않았던 의료민영화나 영리화를 촛불집회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다면 국민들에게 대단히 큰 실망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집권 2년차 1~2분기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이명박 27%, 노무현 34%, 김대중 50%대, 김영삼 55%였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도 사실이고,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지금 현재도 높은 편에 속한다”며 “다만 너무 고공행진을 하다보니 지지율 하락 추이만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올해 하반기 경제 성과에 따라 지지율이 출렁일 걸로 봤는데 전반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내수시장 체력을 키우려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하는데 멈추거나 위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벤처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성과로 인정받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성장 동력을 체감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재벌에 의존하는 방식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층으로부터 실망이 커지고 있다.

최 평론가는 “결국 문재인식 경제 해법을 만들어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실제 시장에서 공정경제 효과로 성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현재 50%대 지지층은 연말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 경제 지표에서 고용률 향상 등 반등시킨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지지층이 분열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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