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 감축을 추진해 경비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는 언론 보도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춘추관 출입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지켜야 될 어떤 선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비판으로 귀결되고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사안은 21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으로 보인다. 두 신문은 장하성 정책실장이 거주하는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116명의 경비인력을 64명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밝히고 입주민 찬반투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축을 맡은 장하성 정책실장의 ‘메시지’가 아닌 장 실장 개인의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보도 내용이라는 판단 아래 청와대가 관련 보도를 한 매체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 관계자는 “여러분들이 정책에 대해 기사를 비판하는 건 다 좋다. 그리고 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분들을 비판하는 것도 다 수용한다”면서 “그런데 그것이 어떤 정책적인 측면이 아니라 개인적인 측면으로 이게 확대가 돼서 개인의 어떤 신상이나 아니면 가족관계나 이런 것들이 노출되는 상황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21일자 동아일보 5면.
▲ 21일자 동아일보 5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적극 반박했다.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이 여러가지 측면이 있고 여러가지 정책이 있는데 그걸 최저임금 하나로 모든 ABC, 모든 만악의 근원은 최저임금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은 저희가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 중엔 최저임금도 있고 근로시간 단축도 있고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적 관점도 있고 하는 포괄적 조치들이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과거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으로 낙수효과를 통한 과거 경기부양책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와 비교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이) 오래 지속되면서 양극화라는 게 심화되고 그 다음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계소득은 정체 상태 또는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그런 상황까지 왔고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고 더욱 확대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에 대해 저희가 새롭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 정책들을 지금 추진한 게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3가지 축”이라고 말했다.

전년 동월 대비 7월 취업자수가 5천 명 증가하는데 멈췄다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해서도 상용노동자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위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얘기하지만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 시작해서 7개월 지났고 그 다음에 주 52시간 근무 7월1일부터 시행해서 고작 한달 기간”이었다고 말해 정책 성과를 지켜보지 않고 정책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건 과한 것이라는 의견도 에둘러 표명했다.

관계자는 “여러분(기자)은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으로만 좁혀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럼 최저임금 바꾸는 거냐, 내년에는 (인상을) 안 시키는 거냐 하는데 그 차원이 아니다”며 “그보다 훨씬 더 큰 차원 문제이고 가계소득 늘리는 건 소득증대 측면도 있고 이전 소득 들어가는 것이 있고 여러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경제 성장의 긍정적 지표도 있다며 “성장률이 어찌됐든 2.9% 지금 가고 있고 수출은 계속 300억 불 이상 벌써 5개월째 가고 있다”며 “(경기지표가) 안 좋은 부분은 대해선 정책적 대안을 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재정이 있는 건데 재정 통해서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그걸 무슨 또 세금으로 뭘 쓴다고 하는데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 갈등이 정책 혼선으로 빚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도 반박했다.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사람이 모두 다 똑같은 관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팀 워크를 주문하고 직을 걸고 임해라는 고강도 메시지를 보낸 것도 “갈등이라는 어떤 프레임 속에 갇혀져 버리면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정책 그 자체보다는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보시는 상대분이 어떤 생각하느냐, 이런 관점에서 가게 되면 정책의 응집력이나 힘이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언론 보도에 불만 아닌 불만을 터뜨린 것은 그만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흔들린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내놓은 발언 역시 갈등설을 빚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경고를 보냈다기보다 갈등설을 잠재우면서 문재인 정부의 목표를 직시하자는 메시지가 깔려 있는데 언론이 정반대로 해석한다는 불만을 표출한 걸로 보인다.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것을 놓고 ‘만악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도 최근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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