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환성PD의 동생 박경준씨(블루라이노픽쳐스 대표)가 지난 20일 2018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EBS 디지털통합사옥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박환성PD 해결 없이 EBS 미래 없다”,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과하고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EBS가 독립PD에게 간접비 명목으로 정부지원 제작비 일부를 환수하는 관행을 폭로한 뒤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고 김광일PD와 함께 다큐 촬영을 떠난 박PD는 열악한 환경에서 김PD와 직접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당시 우종범 EBS 사장은 유족을 찾아 위로의 뜻을 전했고, EBS 측과 유족 측은 진상규명의 뜻을 확인했다.

▲ 지난 20일 고 박환성PD 유족 박경준씨가 20일 2018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E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 지난 20일 고 박환성PD 유족 박경준씨가 20일 2018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E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개혁 성향으로 알려진 장해랑 현 사장이 온 뒤 EBS 측과 유족 측의 협상테이블이 깨졌고 두 PD 사망 1년이 지나도록 EBS가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자 유족이 직접 나섰다. 그동안 EBS 측과 만남은 독립PD들이 유족을 대리해왔다.

이날 개막식은 오후 7시였다. 박씨는 이날 퇴근시간에 맞춰 개막식장을 찾았다. 박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분쟁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PD의 죽음에는 유감을 표하지만 간접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는 게 EBS의 현재 공식입장이다.

박씨는 개막식에 참여한 장 사장을 마주했다. 박씨는 “장 사장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는데 시위하는 걸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도 많이 했고, 장 사장이 외주(독립)제작사와 상생을 얘기했지만 행동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실망했다”며 “EBS에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고 박환성PD 유족 박경준씨가 20일 2018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E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 지난 20일 고 박환성PD 유족 박경준씨가 20일 2018 EIDF(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BS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E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박씨는 형과 EBS 사이에 있던 일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과 형의 유작을 완성하는 것 등 두 가지를 자신의 과제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은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장 사장 취임 이후 EBS의 태도가 변했고, 사내에서 장 사장이 퇴진 요구를 받고 있어 혼란스런 상황이다. 박씨는 지난 5월 EBS PD 두 명을 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 독립PD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독립PD협회에도 알리지 않고 경준씨가 직접 1인 시위에 나섰다”며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PD가 과거 EIDF 제작지원금을 받았는데 아마 살아있다면 이번 EIDF에도 출품했을 것”이라고 했다.

▲ 고 박환성PD의 유작 '엘리펀트 보이'는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오는 9월15일 오후 1시30분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9월19일 오후 8시30분 메가박스 백석에서 상영한다.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고 박환성PD의 유작 '엘리펀트 보이'는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오는 9월15일 오후 1시30분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9월19일 오후 8시30분 메가박스 백석에서 상영한다.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박씨도 “살아있다면 이번 영화제에 유작 ‘엘리펀트 보이(Elephant Boy)’를 출품했을 수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박씨는 형이 운영하던 독립제작사 블루라이노픽쳐스를 인수받아 다른 PD들과 함께 박PD의 유작 ‘엘리펀트 보이(Elephant Boy)’를 지난주에 완성했다. 이는 오는 9월13일 개막하는 DMZ국제다큐영화제에 비경쟁부문으로 상영한다.

이 작품은 박PD가 지난 2012년 촬영한 EBS 다큐프라임 ‘소년과 코끼리’의 후속편이다. 박씨는 “코끼리를 사랑하는 네팔의 소년 크리스와 코끼리를 심하게 다루는 조련사인 아버지, 코끼리의 삼각관계가 5년이 지난 시점(2017년)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버지에게 실망한 소년의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다룬 작품”이라며 “두 가지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해서 홀가분하면서도 박PD 원하는 대로 작품이 나왔을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고 박환성 PD가 보여준 인간의 동물착취]

박씨는 EIDF가 열리는 동안 EBS 본사와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등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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