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연출 이승영)가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장면을 내보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진은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난 11일 첫 방송에선 한 남성이 폭탄을 몸에 매달고 지하철에 타 인질을 붙잡고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나왔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조현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저격수 등을 투입했다.

이에 정신장애인 당사자 대안언론 마인드포스트는 지난 12일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를 극적으로 상징한다”며 “묻지마 범죄는 정신질환자들이, 특히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르는 것으로 미디어와 사회는 보고 있어서 두렵다”고 지적한 뒤 “이 드라마는 그 두려움을 이용해 극화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드라마에선 조현병 환자가 폭탄을 제조하고 그것을 몸에 두른 뒤 지하철에 타 사람들을 위협했다.

▲ 지난 11일자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 1회 중 일부
▲ 지난 11일자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 1회 중 일부

마인드포스트는 “조현병 환자는 증상이 심하면 50 빼기 13이 얼마냐는 산수 문제도 풀지 못한다”며 “그런 존재가 고도의 과학 지식을 요구하는 폭탄을 제조했고 몸에 두르는 등의 순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병 당사자를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고 두렵다는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이처럼 왜곡된 극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존재가 정신질환자라는 것도 두렵고 이질적인 무엇인데 이 존재가 선량한 시민을 위협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미디어가 시청자들의 두려움을 자극할수록 정신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는 의학적 용어였으며 2010년 조현병이란 용어로 바뀌었다”며 “현을 고르듯 정신을 이완시키고 안정시킨다는 의미로 기존 용어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대안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현병 환자를 지칭하는 용어도 바뀐 만큼 낙인에 가까운 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이스2 1회 시청률은 3.938%로 나타났다. 마인드포스트는 “케이블 방송 드라마치고 높은 시청률”이라며 “조현병 당사자는 ‘극도로’ 위험한 존재라는 이데올로기가 강화됐고, 사형시키거나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환원됐다”고 비판했다.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는 이런 지적을 담은 항의 서한을 보이스2 제작진에게 보냈다.

▲ 드라마 '보이스2' 제작진 사과문. 사진=OCN 홈페이지 갈무리
▲ 드라마 '보이스2' 제작진 사과문. 사진=OCN 홈페이지 갈무리

보이스2 제작진은 지난 16일 OCN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제작진은 “극중 조현병 환자가 치료차 정기적으로 복용하던 약을 끊게 돼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됐다는 설정으로 사건을 진행했으나 이러한 묘사가 자칫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조현병 환우 및 가족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극을 진행하면서 세심한 배려의 시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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