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신문에서 미 행정부 고위관리자의 말을 인용해 “공동 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해 한국이 에너지(전력), 건설 자재, 기술장비, 기타 물품을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고위관리자는 “한국 정부가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연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제재를 한국이 위반하는 위험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남북 합의 내용이기에 주권 문제와 연결된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미국은 사실상 남북 공동 연락소를 대북 제재 위반으로 보고 우리 정부가 ‘돌출행동’을 한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남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복잡한 난제로 떠오른 것이다.

청와대는 하지만 남북 공동연락소 설치는 대북 제재 위반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쪽과 계속해서 (설치) 날짜, 사무소의 구성, 운영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타결을 본 상태로 내부 조율 중이고 조만간 합의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공동연락소 설치는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김 대변인은 “조선일보 보도 중에 남북 연락 사무소 개소가 제재 위반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며 “연락사무소 설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간 상시적인 소통시대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며 “대북 제재를 하는 이유도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한 것인데 연락소 설치가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미국 고위 관료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공동연락소 설치 문제는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을 내비쳤는데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남북 공동연락소 설치로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주기 때문에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우리 정부의 활동과 필요의 목적에 따라 지원하는 것으로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며 “이미 남북 연락 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이고 그 내용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으로 계승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대북제재 위반으로 본 시각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조선일보 보도는) 미국의 일부 시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

다만 공동연락소 설치가 미국과 협의에 따라 진행되는지 아니면 대북제재 예외 사항으로 분류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의 발언에 “미 행정부가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 사실상의 경고성 메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해석했지만 청와대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가 흐트러질 우려를 담아 남북 공동연락소 설치가 한미관계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경고성 보도에 청와대는 오히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역공을 취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의지를 밝힌 것에 미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공동연락소 설치에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내용은 주권 문제인데도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의겸 대변인은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해 기다렸다는 듯 상당히 공 들여 준비된 입장을 발표했다. 공동연락소 사무소 설치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나온 만큼 미국 행정부의 반응도 주목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공동연락소 설치는 남북대화를 원활히 하고 비핵화 의제를 안건으로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확인된 만큼 미국도 관련 문제에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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