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정이 장기화된 가운데 지난 주말 당·정·청이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으로는 최소 21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또다시 정책 기조 관련 시각차를 드러냈다.

다음은 2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일자리예산 21조+a 내년에는 더 늘린다”
국민일보 “뾰족수 없는 ‘고용 참사’…또 “돈 풀겠다””
동아일보 “반도체마저…中추격 뿌리칠 시간 3년뿐”
서울신문 “정책 수정 vs 소득 주도…정부·靑 고용대책 엇박자”
세계일보 “정책 손질 없이…또 재정 투입한다는 정부”
조선일보 “美 “개성南北사무소 유엔·미 제재 위반””
중앙일보 “장하성, 고용 참사에도 “기다려 달라””
한겨레 “유권자 72% 전화번호 빼내 불법선거…“구청서 통째로 받아””
한국일보 “미래세대 ‘디스토피아’ 걱정에…2030 “연금 보험료 인상 견뎌야””

당·정·청은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가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젼 정책위의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당·정·청은 이날 4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인 12.6% 이상을 확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일자리 사업 및 추경사업 집행 점검 강화 △4조 원 규모의 재정 보강 패키지 신속 추진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업종별 분야별 일자리 대책 순차적으로 발굴 △미래차, 에너지,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마련 △도매·숙박음식 등 생활밀착 서비스 생산성 제고 방안 △AI, 데이터, 수소 경제 등 전략투자 분야별 로드맵 마련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 한겨레 5면
▲ 한겨레 5면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 엇박자?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발표된 대책들은 이미 언급된 방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고용 관련 긴급회의를 주말에 개최한 것에 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경제 투톱’간의 이견이 또다시 표출됐다.

장하성 실장은 이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띠고 경제 지속성을 높이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 국민이 성장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반면 김동연 부총리는 “고용 문제가 이렇게 어려운 것은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 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대해 효과를 되짚고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고용 문제로 인해 긴급히 연 회의에서 경제정책을 둘러싼 균열만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엇박자를 드러냈다.

구조적 문제 개선해나가야 vs 정부 정책 기조 수정해야

한겨레는 고용한파 원인으로 구조적 문제에 따른 제조업 고용 감소를 꼽았다. 한겨레는 “제조업 고용 감소는 자동차와 조선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와 맞닿아 있다”며 “지난해 10월께부터 추세적인 감소 흐름을 보여 온 자동차 생산지수는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것을 비롯해 가장 최근 지표인 6월에도 8.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중인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생산지수도 6월 전년 동기 대비 24.3% 감소하는 등 회복이 더디다. 임시·일용직 등 생산직 중심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과 같은 관련 서비스업종까지 영향을 주며 전반적 고용감소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 8월20일 한겨레 5면 기사.
▲ 8월20일 한겨레 5면 기사.

사실상 일자리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던 자영업 상황의 심각성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1인 영세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2000명 감소했다. 한겨레는 그 주요 원인으로 과당 경쟁과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등을 언급했다.

한겨레는 당장의 정책 선회나 긴급 대책보다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현재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따져보고 거기에 맞춰 구조조정이나 부양책을 적합하게 진행하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영향력이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률을 기준으로 보면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취업자 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그동안 추구해온 일자리 질 개선과 상관없이 취업자 수에만 몰두하는 조급한 정책 선회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 여력이 풍부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 8월20일 서울신문 4면 기사.
▲ 8월20일 서울신문 4면 기사.

반면 서울신문은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 온 각종 일자리 정책과 그에 따른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중소·중견기업 장기근속 청년에게 목돈을 마련해주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의 경우 배정된 예산 686억 원 절반에 못 미치는 314억 원을 집행하는 데 그치고, ‘중소기업 청년 추가채용 장려금’ 사업도 45억 원 가운데 14억2500만 원만 집행된 사례를 들었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더했다.

서울신문은 인구구조 탓으로 고용부진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뒤 최저임금이 전체적인 고용증감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일각의 논리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의 재정 여력이 아직은 양호한 편이다. 민간 투자를 자극하는 마중물이 되도록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혼선을 빚어 온 경제팀의 쇄신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고용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고용 비상체제를 당장 가동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보수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경제라인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당·정·청 회의가 ‘쇼통’에 지나지 않는다”며 “소득주도 성장론이 실패한 데 따라 책임자들을 인사조치해야 한다. 대통령 본인의 책임 있는 입장표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8월20일 한국일보 10면 기사.
▲ 8월20일 한국일보 10면 기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란 이념적 접근법을 내려놓는 것”이 해법이라 주장하며 “하루라도 빨리 경제 핸들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정부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을 게을리해 조선, 해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사업 대부분이 경쟁력을 잃었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 뒤 “노조의 무한 이기주의는 정권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설령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에 일부 악영향을 줬다 해도 과거처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사설에서 밝혔다. 경향신문은 “다만 정부도 야당 등 주장을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고용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을 정치적 편견 없이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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