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신축 빌딩, 도로 위의 자동차와 무궤도전차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차장 밖 평양 시민들의 표정이 대체로 밝아보였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이고 산다고 믿기 힘들었다. 대체 이 도시의 활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방북 중인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가 지난 16일 설명한 현재 평양 모습이다. 굳게 닫힌 출입처 ‘북한’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걸까. KBS, MBC, SBS, JTBC, 중앙일보, 경향신문, 통일뉴스, 강원지역 일간지 등 국내 취재진은 축구대회 취재를 위해 지난 10일 방북했다. 평양에서 열린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는 18일 오후 막을 내린다.

▲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가 지난 16일 지면에서 평양 현지 소식을 전했다.
▲ 김진호 경향신문 국제전문기자가 지난 16일 지면에서 평양 현지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북한을 방북한 적 있는 JTBC도 이번 축구대회 취재에 나섰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18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평양을 취재 중인 이규연 탐사기획국장 모습을 담은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 국장은 국내에 있는 제작진과 화상 통화에서 ‘(평양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생각하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다. 이렇게 화상 통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평양 음식과 시장, 기록적인 폭염 등 현지 소식을 생생한 영상과 함께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 길에 오르지 못한 언론도 방북 취재와 남북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한겨레가 창간 30주년 기획으로 꾸린 ‘평화원정대’ 취재팀은 방북 취재를 시사했다.

평화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전종휘 한겨레 디스커버팀장은 지난 6월16일자 한겨레 지면에 “육로 이동의 마지막 난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평화원정대는 오는 8월 중순 중국 단둥과 판문점을 거쳐 귀국하고 싶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래도 한겨레가 남조선에서 가장 평화적이고 민족화합에 적극적인 신문인데, 판문점 통과 안 된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한마디 해주시길 기대한다. 공화국의 통 큰 결단을 기다린다”고 쓴 바 있다.

한겨레 한반도평화프로젝트TF 팀장을 맡고 있는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13일 통화에서 “평화원정대가 현재 중국 단둥 쪽에 있다”며 “방북 의사를 피력한 적 있지만 (북쪽에서) 아직 확실한 회신은 없는 상황이다. 여러 차례 만남의 계기가 있었다. 곧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 탐사 보도 프로그램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18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평양을 취재 중인 이규연 탐사기획국장 모습을 담은 예고편을 공개했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페이스북
▲ 탐사 보도 프로그램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18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평양을 취재 중인 이규연 탐사기획국장 모습을 담은 예고편을 공개했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페이스북
북한 교류를 비즈니스로서 폭넓게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5월부터 방북 추진 중이다. 매경은 △북한 내 매경지사 설립 및 인터뷰 취재 △매경 평양비지니스 포럼 △세계지식포럼 내 북한세션, 북VIP 및 경제계 인사 초청 △남북 마라톤 및 골프대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서양원 매경 편집국장은 “오는 10월 매경 세계지식포럼이 열린다. 북한 당국자들이 북한 경제 세션에 참여할 수 있게끔 디자인은 해놓은 상태”라며 “여러 루트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도 초청했다. 김 위원장이 아니라도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나 그 밑 경제 책임자들이 참여해 우리와 함께 북한 경제를 논의한다면 의미도 크고 포럼도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또 북한 내 산업 현장 투어와 그곳에서의 글로벌 경제포럼도 기획하고 있다”며 “매경의 역할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갔을 때 그 루트를 잘 열어주기 위함이다. 하반기 주요 타깃 지역이 북한 평양이다. 평양에서 자선 골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 평양의 불우한 이들에게 대회 수익을 전하는 행사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와 JTBC는 오는 9월 북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기업인과 전문가들을 위한 학습 및 교류 프로그램인 ‘NK(북한)비즈포럼’을 발족한다. 북한 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기관이 북한의 경제·산업을 분석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는 포럼이다.

중앙일보는 “비핵화와 경제 제재 해제 상황에 따라 방문단을 구성해 북한을 직접 방문할 것”이라며 “그 전에 북·중 접경 지역 등을 찾아 북한 체제 변화의 기운을 느낄 기회를 갖고 베트남과 쿠바 등 시장경제를 앞서 선택한 체제 전환국들을 방문해 북한 경제 미래를 가늠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중앙일보 2018년 8월3일자 2면.
▲ 중앙일보 2018년 8월3일자 2면.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미 사내 북한 교류 관련 전담 조직을 꾸린 상태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통일언론연구소를 지난 1일 공식 발족했다. 연구소는 평양지국 추진과 함께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일용 소장은 “언론이 어떻게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까 연구하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제2의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북한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KBS와 SBS는 각각 남북교류협력단을 꾸렸다. MBC도 지난 6월 남북 방송 교류 협력 사업 확대에 대비해 통일방송추진단을 부(部)에서 부사장 직속 국(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일각에선 언론사들 방북 취재와 각종 사업의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6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학래 한겨레 고문은 “과거 언론 관련 단체들이 북쪽과 여러 합의문과 협약서를 만들었지만 정작 협상 상대방이 누군지 실체를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남북 교류를 원칙으로 하는 기관을 만들라고 북쪽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뒤 “각 언론사들은 남북 교류를 위한 소모적 경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각종 북한 사업과 취재를 하려고 경쟁하지만 과열될 경우 남북 이해를 돕기는커녕 억류, 체포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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