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사와 그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고교 상피제’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이 바뀌고 15개월이 지나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교육부가 다시 한 번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7일 2022대입개편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고등학교 교원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도서벽지 등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피할 땐 부모가 자녀와 관련한 평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교사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시험지를 사전 유출하거나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단 정정하는 행위는 극히 일부의 일탈행위”라며 “징계책임이나 형사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재발 방지를 강도 높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고교 상피제는 자율적 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규제부터 적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김 교육감은 그러면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립학교 교원의 일탈행위는 시도교육청이 직접 징계의결과 집행을 할 수 있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이 해당 사학법인에 징계를 요구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사학법인이 시도교육청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걸 강제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원이 사학법에 나온 면직‧징계사유에 해당될 때 교육청이 “교원의 임용권자에게 그 해임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제54조3항)”고 규정했다. 교육청이 직접 징계 인사를 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징계 권한이 해당 학교법인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360개 고교 가운데 23.7%인 560곳에 부모와 자녀가 같이 다닌다. 1005명의 교원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한다. 해당 고교에 다니는 자녀 학생 수는 1050명이다.

이번 상피제 도입은 지난달 한 사립학교 내 부정행위 의혹이 직접적 계기였다. 이른바 강남 8학군 내 유명 사립고에서 교무부장을 맡은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줘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달 광주 소재 고교에서, 지난해 서울 도봉구 소재 외국어고교에서 각각 일어난 시험지 유출 사건도 사립학교에서 불거졌다.

국가교육통계센터가 발표한 2017년 교육통계분석자료집을 보면 대도시에는 사립고등학교(431곳)가 국공립고등학교(396곳)보다 많다. 서울의 경우 사립고교 수가 200곳으로, 120곳인 국공립고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부산·대구·광주·전북 등에서 사립고교 수가 국공립보다 많았다. 전국 단위로는 사립고교가 947곳, 국공립고교는 141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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