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압박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도인·최기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사장 김상균) 이사가 MBC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 속에 첫 이사회에 참석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와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 구성원들은 16일 오후 첫 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 모여 김 이사와 최 이사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과 면담한 시민행동은 이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개입에 굴복해 김도인·최기화 이사를 선임했다고 시인했다며 ‘이사 선임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전임 MBC 경영진으로서 불공정 보도, 부당노동행위 등 책임자로 지목된 두 이사들이 한국당 ‘오더’(order)에 따라 방문진 이사로 낙점됐다는 의미다. 시민행동 한 관계자는 복수의 방통위원들에 따르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석진 방통위원에게 사퇴 압박을 하며 두 이사 임명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이효성 방통위원장, 자유한국당 개입에 굴복 시인”]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김도인 이사와 최기화 이사 퇴진 및 방문진 이사 선임 무효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김도인 이사와 최기화 이사 퇴진 및 방문진 이사 선임 무효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MBC 편성제작본부장 출신 김 이사는 시사·고발프로그램 사전 검열·폐지 관여 및 정권 비판적 출연자 퇴출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왔다. 기획본부장을 지낸 최 이사의 경우 보도국장 시절 불공정 보도 책임자,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감사인사를 보낸 ‘장충기 문자’ 등으로 비판받아왔다.

이에 오후 3시30분쯤부터 김도인·최기화 이사를 비판하는 인원 약 60명은 ‘김장겸 적폐 잔당’, ‘자유한국당 오더’, ‘방통위의 대국민 사기극’ 등이라 쓰인 팻말을 들고 방문진 건물 안팎에 모여들었다.

두 이사들은 다른 이사들이 모두 도착한 뒤, 이사회 시각으로 예상됐던 오후 4시를 훌쩍 넘긴 4시40분경 방문진에 도착했다. 이들이 방문진 인근에 모습을 드러내자 MBC 구성원 들은 “김도인은 자격없다”, “최기화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김연국 본부장은 이들과 만나 “어디 정치권에 줄 대서 오나. 방문진에서 해임된 분들이 다시 오는 게 맞나”라며 항의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로 들어서고 있는 김도인 이사와 최기화 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로 들어서고 있는 김도인 이사와 최기화 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기까지 묵묵부답이었던 이들은 이사회 장소가 있는 건물 6층에 내린 뒤에도 MBC 구성원들과 마주했다.

MBC본부 측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16년 MBC 보도국장이었던 최 이사가 본지 기자에게 욕설했던 음성파일을 재생했다. 최 이사는 당시 MBC 보도 관련 취재를 요청하는 본지 기자에게 “X새끼야”, “싸가지 없는 XX”, “지X하지마” 등 욕설을 해 논란이 됐다.

이날 기자협회보 기자가 최 이사에게 “나한테도 욕설을 했다. 입장 없으신가”라고 물었지만 최 이사는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사과했느냐”며 질문이 거듭되자 “얘기했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최 이사 뒤에 서 있던 김 이사는 “그동안 6~7개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 않았나. 결과가 어떤가. 이를 다 예전 사람들 탓으로 돌리면 좋아지겠나”라고 주장해 “당신들이 망치지 않았느냐”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 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과 김도인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 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항의를 받고 있는 최기화 이사(왼쪽)과 김도인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이른바 ‘자유한국당 오더설’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방문진을 출입하고 있는 취재진이 “김성태 원내대표 만난 적 있나”, “자유한국당 ‘오더’(order)‘ 있었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최 이사는 “답변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인하지 않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느냐”는 질문이 집중되자 “추궁하는 것인가”, “비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최연장자인 김상균 이사가 이사장으로 호선됐다. “첫날부터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입을 연 김 이사장은 “대부분 MBC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고 근무한 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MBC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은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희망과 각오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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