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자신이 마약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다룬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 제작진과 KBS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국현)는 16일 이씨가 추적60분 제작진 4명과 KBS를 상대로 5억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정정보도와 기사삭제 등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씨는 전 대통령 아들로서 공적 존재다. 검찰이 공적 존재에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는 공적 관심 사안이다. 국민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된다. (추적60분 보도는)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적60분 방송 취지에 “전 대통령 아들인 이씨가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는데도 이를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검찰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마약류를 투여했다고 단정해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추적60분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사진=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사진=연합뉴스
추적60분은 지난해 7월 ‘검찰과 권력 2부작-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에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에 이씨가 연루된 정황이 있었으나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이후 이씨 측은 추적60분 제작진을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 고소 절차를 밟았다. 이씨는 지난 4월 후속 보도 격인 ‘MB아들 마약연루 스캔들 누가 의혹을 키우나’ 편을 앞두고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이 역시 “방송이 언론 자유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정범수 KBS 추적60분 PD는 선고 이후 통화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검찰 개혁”이라며 “이시형씨 마약 여부보다 부실 수사 의혹이 보도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정 PD는 “아직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이후에도 차근차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측 소송대리인 오재훈 변호사는 “일단 판결문을 봐야겠지만 우리로서는 승복할 수 없는 의외의 판결이 나왔다”며 “판결문 분석을 해보고 이시형씨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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