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압박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시민행동)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이효성 위원장과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 “정치권의 관행, 특정정당 행태를 모두 무시할 경우 일어날 파장과 정치적 대립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가 주장한 ‘자유한국당 오더(order)설’과 맥이 닿는다. 앞서 MBC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올랐던 김도인 전 편성제작본부장,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이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뒤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석진 방통위원에게 최기화·김도인으로 밀어붙이라는 오더를 내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석진 위원은 한국당 추천 인사로 지난해 임명됐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연국 MBC본부장은 시민행동 기자회견에서 “방통위는 자유한국당이 딱 두 사람 찍어 내린 명단을 승인했다”며 “(김석진 위원이) 김성태 원내대표가 워낙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안 그러면 내가 그만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과 면담 자리에 있었던 김환균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이 위원장이) ‘김석진 위원이 압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며 “특정 정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송법상 방문진 이사 임면권은 방통위에 있지만, 이제껏 정치권이 여야 추천 6대3 비율로 특정 인사를 추천하면 방통위가 이를 승인하는 형태의 정치권 나눠먹기 관행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관행이 유지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방통위원장 스스로 한국당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사 선임 위법성을 지적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들에게 ‘비판을 수용한다. 비판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기화·김도인 이사 내정자를 가리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사전 검열, 폐지하려 했고 국정원 ‘MBC 장악 프로젝트’에 따라 정권에 비판적 출연자들을 퇴출시켰다. 노조 파괴에 혈안이 돼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고,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다. 심지어 삼성 장충기 사장을 형님으로 부르며 ‘콘서트 티켓’ 등 선물까지 받았다”며 이들이 방문진 이사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문재인 정부 방통위가 지난 정부 MBC를 망가뜨리는 일에 앞장 선 자들을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은 방통위가 국민 명령인 ‘적폐 청산’을 외면하고 오히려 ‘적폐 부활’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방통위원 총사퇴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대국민 사과, 방문진 이사 선임 원천 무효, 정치권 개입 차단을 위해 총력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신임 방문진 이사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한 방통위는 현재까지 시민행동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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