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까지 기다려보라.”
지난 4월5일 김주환 YTN 정치안보 전문기자는 ‘군축 오보’ 논란에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8월15일까지 기다려보면 자기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기자는 15일 그와 다시 통화했다. 이날까지 남북의 군비축소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김주환 기자와 통화 내용을 전하기 앞서 YTN 군축 오보 논란은 다음과 같다. 지난 3월31일 YTN은 “[단독] 北 ‘8월15일 군축회담 열자’… 돌출 발언?”이라는 리포트에서 “엊그제(3월2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오는 8월15일에는 남과 북한이 군비축소에 관한 회담을 열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기자는 보도에서 “전문가들은 북측 고위급 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재래식 무기와 관련한 군축회담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TN 보도 영상만 보면 리 위원장이 천 차관과 악수하며 “군축합시다”라고 발언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군축’으로 단정하기엔 리 위원장 음성이 명확하지 않아 당사자 확인이 필요했다.
보도 직후 통일부는 리 위원장이 천 차관에게 “8월15일에는 경축합시다”라고 말했다며 YTN 보도를 오보로 규정했다. 천 차관 역시 미디어오늘에 통일부 입장과 같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주환 기자는 지난 4월 미디어오늘에 자기 가족 출신지가 북한과 관련돼 있음을 강조한 뒤 “내 귀에 평안도, 함경도 사투리가 더 잘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그거(보도) 낼 때 8명한테 들려준 것”이라며 오보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8월15일까지 기다려보라”고 장담했다.
15일 오후 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기자는 15일 통화에서도 “리선권은 함경북도 사람이다. 우리는 지방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보도할 때 평안도·함경도 출신 탈북자 10여명에게 들려줬다. 열이면 열 모두 다 ‘군축’이라고 했다. 명색이 전문기자인데 확인하지 않고 썼겠느냐”며 오보가 아님을 거듭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일반 사건 사고와 달리 남북관계 뉴스는 눈에 잘 안 보인다. 흐름을 봐야 한다”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군축’을 말했고 4·27 판문점 선언에도 군축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15일) ‘비무장지대’, ‘공동번영의 (서해)바다’ 등을 언급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군축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가시적 군축 회담은 없지만 남북관계가 군비 축소 흐름으로 가고 있기에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남북의 군비 축소 움직임과 리 위원장이 ‘군축’ 발언을 했다는 보도는 별건으로 따질 문제다.
김주환 기자는 기자의 거듭되는 오보 논란 질문에 “그럼 리선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거나 “리선권한테 전화를 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도 이 보도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의결보류’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원들 사이에서도 8월15일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소위원회에 출석한 김문경 YTN 보도국 통일외교안보부장은 “(김주환 기자는) 녹취록을 살펴보던 중 ‘군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녹취록에 나타난 내용을 보고 확신을 갖고 취재하게 됐다고 답변하고 있다”면서도 “기사가 나가기 전 관계 당국에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데스크인) 제가 듣기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노종면 YTN 기자는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인을 위한 보강 취재는 필수이고 기본인데 그것을 누락했다”며 “8·15까지 기다려 보잔다. 설사 8·15에 군축회담을 한다 해도 지금의 보도는 근거 박약의 오보”라고 비판했다.
김주환 기자는 지난 7월 정찬형 현 YTN 사장 내정자와 함께 사장 후보 최종 2인으로 추천됐으나 YTN 이사회는 정 내정자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