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경비노동자 복지가 우선일까 아니면 학교 안전사고 예방이 우선일까.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시설경비노동자 휴무 시 무인경비지침을 내리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7월 학교 비정규직 시설상담원, 시설미화원, 시설경비원 등 5개 직종 4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파견·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시행계획 안을 놓고 학교 현장 교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행계획에 담긴 ‘2018년 시설당직원 운영계획’ 때문이다. 운영계획에 따르면 시설당직원(시설경비노동자)을 한 학교에 1인씩 두도록 했다. 그리고 경비노동자들이 주1회 휴무 시 대체인력을 쓰는 걸 금지하고 무인경비원칙을 세웠다. 경비노동자가 쉬는 날엔 cctv 등 무인경비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학교시설경비원의 노동 실태는 과거 악명이 높을 정도로 열악했다. 용역업체에 소속돼 많아야 월 이틀 정도 밖에 휴일이 없었고, 명절에도 근무를 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청은 정규직이 된 경비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임금삭감이 없도록 하기 위해 휴무시 무인경비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1개에 2인의 경비노동자를 둬서 교대로 경비를 서도록 하거나 주1회 휴무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정규직 전환의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 학교 경비원. ⓒ 연합뉴스
▲ 학교 경비원. ⓒ 연합뉴스
학교 1개 2인의 노동자가 경비를 서면 한 사람은 15일 근무를 서게 되고 이에 따라 임금이 삭감된다. 또한 정규직 전환 규모가 확정된 상태에서 1교 2인 체제를 시행하면 또다른 용역 노동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청의 주장이다.

경기도교육청 총무과는 “기존에는 당직원(경비노동자)이 쉬게 되면 또 다른 용역 업체 소속 노동자가 대체 근무에 투입됐지만, 이젠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1교 1인 체제로 임금과 휴식을 보장하는 대신 휴일에는 무인경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에 따라 노동여건 실태를 개선하면서 생기는 업무 공백은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메꾸자는 건데 학교 현장에선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일반직노동조합은 교육청의 시설당직원 운영계획은 단체협약 위반이고 학교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지침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경기도교육감 소속 공무원의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상 재택근무는 규정돼 있지만 ‘무인당직’(경비)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지침이 시행되면 어떻게든 학교에서 누군가는 (당직업무를)감당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주장대로라면 “전면 무인 당직을 애초부터 도입해 인건비를 절약했어야 했다”며 “화재, 침수 등 비상 상태 발생 시 끝까지 무인당직을 원칙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임에도 귀 닫고 말장난 같은 계획서로 1만 2천 지방공무원의 근무조건을 퇴보시키고 조롱하는 경기도교육청과 교육감은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진지한 경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시설경비노동자가 상주하는 평일 낮에도 학교는 각종 안전사고와 도난사고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데 경기도교육청은 농촌 소도시의 무인경비 사례를 들어 무인경비지침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경비노동자가 휴무시 무인경비시스템 하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동대처가 늦어져 사고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역시 오롯이 져야 하는 건 학교 현장 공무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시설당직원 주1회 휴일 등에 따른 외부 대체인력 금지를 비롯한 지침의 여러 내용이 학교의 당직업무 공백을 발생토록 하여 학교 보안에 대한 혼란을 가중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업무공백을 기존 근무 지방공무원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학교 구조에서 지방공무원에게 당직업무 추가와 보안책임이 확대되도록 방치함에 따라 지방공무원의 근로조건을 현저히 저하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경기도교육청 소속 대부분 학교 교직원은 교사를 비롯해 여직원이 다수로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체 가능한 당직인력 수급확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시설 개방 활성화 방안 등에 따른 주말 학교 시설개방 시, 당직자 없이 전면 무인경비로 전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는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결국 지방공무원의 근로조건 저하로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충분하다지만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각종 책임소재 다툼이 벌어지면서 학교현장에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지침 폐기를 요구했다. 노조는 지침 폐기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을 상대로 국민감사청구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권 아래에선 이미 수천 개의 학교 현장에서 무인시스템을 쓰고 있다. 외국 학교에선 당직 개념조차 없다”면서 “학교 현장에서 반신반의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걸 잘 알고 있다. 시행 전 혼란스럽지만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에게 지침을 숙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을 꾀하는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업무가 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규직 전환 이후 경비노동자의 배치나 노동 감독 등 기존 용역업체들이 맡아온 업무들이 학교 행정 업무가 되고 덩달아 책임도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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