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to 10’(텐 투 텐). 대치동에선 흔히 쓰이는 ‘은어’ 중 하나다. 2010년을 전후해 대치동 학원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텐 투 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몸도 축나고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주변의 우려가 있을지언정, 학부모들의 열정을 꺾을 순 없다. 원장 특강→인터넷 강의를 통한 개념 정립→문제 풀기→수업 조교들의 1:1 풀이 등으로 구성된다. 방학 3주 수업에 수백만 원을 부르지만, 점심 저녁 고급 도시락까지 제공하는 이 시스템을 포기할 부모는 없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학원은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2022년 대입 개편안이 8월 말에 발표된다. 현행 정시모집(수능 위주) 비율 23.8%를 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수시를 통해 학생 선발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했지만, “재수생 양성 제도"라는 비아냥만 남긴 채 결국 정시로 회귀하는 셈이다. 중학생이 대치동에서 고 1, 2 수학을 선행학습을 하는 건 그만큼 정시로 갈 수 있는 문이 좁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낙오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입 제도가 갈팡질팡하면서 망가진 과목 중 하나가 수학이다. 제7차 교육과정(2002학년~2008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 인문계 학생들은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 경제학과로 진학한 학생들은 낭패를 봤다. 경제학과에서 중요한 미적분을 모르는 학생들을 놓고 가르칠 수 없어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는 촌극이 벌어지고 나자 8차 교육과정에서 이를 부활시켰다.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였지만, 학생들만 실험용 쥐가 돼버린 셈이 됐다.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대입 제도가 바뀌면 ‘대치동 학원’은 1주일도 안 돼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놓는다. 엄마들은 잘 차려진 밥상에 돈을 지급하고 밥상을 통째로 사들인다. 대입 제도가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대치동만 노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