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만에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연금 일방적 개편 없다”고 못박으며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응도 지적했다. 14일자 대부분의 신문이 이 같은 내용으로 주요 지면에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14일자 1면에 ‘문 대통령, 국민연금 일방적 개편 없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4일 1면에 ‘국민연금 개편, 국민 동의해야’라는 대통령의 말을 직접 옮겨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문, 국민 동의 없는 국민연금 개편 없을 것’이라는 제목으로 1면에 보도했다.

▲ 13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 13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 한국일보 1면
▲ 한국일보 1면

연금 불신 풀어준 국민일보 8면 기사

국민일보는 14일자 8면에 ‘공적연금의 오해와 진실’이란 문패를 단 기사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하는 국민 불안과 연금 불

▲ 국민일보 8면
▲ 국민일보 8면
신을 잠재웠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일정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식’이라서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엔 먼 미래의 재정추계를 살펴보면 적립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를 나타내는 ‘적립배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적립배율은 28.1배나 된다. 일본 2.8~3.8배, 스웨덴 1배, 미국 3.3배보다 훨씬 많다. 선진국들도 연금제도 시행초기엔 우리와 같은 적립식을 채택했다가 기금 고갈 우려 등으로 최근엔 대부분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부과방식’은 해마다 그해에 필요한 연금재원을 현재 근로 세대한테서 그때그때 보험료로 걷어서 그 보험료 수입으로 노년세대를 지원하는 형태다. 국민일보는 “기금 고갈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면 다른 연금 선진국처럼 우리도 현행 ‘부분 적립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충분히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마저 14면에 ‘60대 은퇴자, 국민연금 못 내도 불이익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험료 내는 나이를 65세까지 늘리면 수령액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며 국민들의 국민연금 불신을 달랬다.

중앙일보 5개월치 통계로 연금 불신 불지펴

그러나 중앙일보는 14일 2면 머리기사로 ‘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로 올해 1조 5572억 까먹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연금 불신을 증폭시키기엔 충분한 기사다. 중앙일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인 점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적립된 국민연금은 634조원이고, 우리나라 연금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최근 10여 년 동안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또 기금 634조원을 모두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올 상반기(1~5월) 주식투자 수익률이 일시 떨어진 것만 놓고 다시금 연금 불신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중앙일보 2면
▲ 중앙일보 2면

매일경제, 제도설계 이해 못해 국민연금만 두들겨

매일경제신문도 14일 1면에 ‘국민연금 봉인가…91만 vs 157만원’이란 제목의 기사로 국민연금 불신을 자극했다. 매일경제가 말하는 91만원은 국민연금 월 수령액을, 157만원은 공무원연금 월 수령액을 말한다. 이는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리한 양적 비교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은 박정희 정권 초기 196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 해당 연금가입자가 대부분 설계 가입기간을 다 채운 뒤 연금을 받지만, 국민연금은 설계 가입기간이 40년인데 제도가 1988년에 만들어져 그때부터 단 한 번도 직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연금을 납입했어도 30년 밖에 안된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민간사업장에 다니는 노동자가 가입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취직과 실업을 반복하는 시기엔 65세가 돼도 설계기간 40년을 다 채우는 노동자가 드물다. 당연히 연금 수령액이 공무원연금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 매일경제 1면
▲ 매일경제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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