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 ‘완전 폐지’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올해 책정된 전체 특활비 62억 원 중 원내 교섭단체에 주는 3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날 홍영표 민주당·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완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국회 특활비는 20억 원 가량이다. 나머지 국회의장단(부의장 포함)과 상임위원장 등이 수령하는 특활비 제도개선 방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논의를 주도해 오는 16일 발표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내 교섭단체 특활비는 완전 폐지로 끝났고, 상임위에 주는 몫은 각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취합해서 16일 발표한다는 것”이라며 “상임위 특활비는 다 영수증 처리가 가능해 이런 (특활비 폐지) 분위기 속에서 상임위원장들이 대폭 줄이거나 안 받는다고 할 수 있지만, 받아서 상임위를 원활하게 유지해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쓰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장단이 사용하는 특활비도 완전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희상 의장은 의장단의 국외 방문 등 기밀이 요구되는 꼭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 그동안 관행대로 지급했던 격려금, 장도금(壯途金)과 같은 금일봉 성격의 특활비는 대폭 삭감할 방침이다. 주승용 국회 부의장의 경우 바른미래당이 당론으로 특활비 반납을 약속한 바 있다.

▲ 13일 문희상 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13일 문희상 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정례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시민단체에서는 그동안 국회가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한 특활비 일부 폐지에 잘못된 관행과 예산 낭비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국회사무처 몫의 전체 특활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에서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특활비 항목은 폐지하되 업무추진비나 특정업무경비 항목의 예산 증액을 거론하고 있는데 특활비를 비목만 전환해서 그대로 쓰겠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회 예산에는 교섭단체와 상임위 입법활동, 의회외교와 관련한 업무추진비 등이 책정돼 있다. 참여연대는 이 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특활비를 어떤 활동에 사용해왔는지부터 공개하고, 의정활동을 위한 분명하고 타당한 예산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 교섭단체 특활비도 그동안 상당 부분이 기자 간담회와 의원 워크숍 등 특활비의 본래 사용 목적에 반하는 데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올해 남은 기간 특활비도 수령하지 않기로 한 이상 정기국회 때 쓰이던 각종 지원비는 전액 삭감하고 회의, 간담회, 워크숍 등에 한해 투명하게 증빙하는 기존 업무추진비만으로 긴축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오는 16일로 예정됐던 홍 원내대표와 기자단 오찬 일정은 청와대 초청 오찬으로 취소되긴 했지만, 원내대표실에서 특활비 폐지를 이유로 진행이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전달한 상황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으론 기자들과 식사 간담회 일정을 줄이거나 더치페이 형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내정당 중 가장 먼저 국회 특활비 폐지를 주장했던 정의당의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거대 양당이 이제라도 국회 특활비 폐지에 합의한 것은 늦으나마 다행한 일”이라며 “향후 이번 국회 특활비 폐지 합의가 업무추진비의 대폭 증액 등 다른 방식으로 부활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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