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혐오표현 모니터링 의무화 법안’에 정작 혐오의 기준이 없어 표현의 자유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7월24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오픈넷은 10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규제 대상 혐오표현의 개념 정의가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불법정보 및 혐오·차별·비하 표현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가 유통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혐오·차별·비하 표현을 담은 정보에 대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차단수단을 제공할 의무 부과 △혐오표현 모니터링 △발견 시 지체 없이 삭제 및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나 구글·페이스북 등에 혐오표현이 담긴 게시물 삭제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소 또한 2002년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고 할 것이고, 표현의 내용에 의한 규제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 된다”고 결정했다.
오픈넷은 “본 개정안만으로는 규제 대상인 혐오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표현주체인 국민도, 감시 및 차단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도, 사업자가 의무를 이행하였는지 판단하여야 하는 국가기관도 알 길이 없다”며 “결국 개정안은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한 포털 등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사기업의 과검열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해당 개정안을 지난해 독일에서 제정된 ‘네트워크집행법’과 비교하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도 “독일 형법상 혐오표현은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불법행위로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혐오표현도 그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독일은) 특정 정보가 불법으로 판단되는 경우에서야 비로소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픈넷은 “국회는 혐오표현이나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각종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규제 만능주의적인 시각을 버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여,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통해 시민의식이 근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