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지앤지프로덕션이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 제작 환경을 개선하라는 스태프들 요구에 답을 내놨다. 앞서 이들과 면담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는 환영한다면서도 원론적 입장이 아닌 실질적 대응책을 촉구했다.

앞서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같이 살래요’ 관계자들과 만나 제작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1회 20시간 이상 촬영 관행이 유지돼 온 드라마 제작 현장에 1일 12시간 노동·12시간 휴식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골자다. [관련기사: 방송스태프노조, KBS에 “12시간 노동·12시간 휴식 요청”]

KBS는 지난 9일 방송스태프지부에 공문을 보내 △개정된 근로기준법 준수 위해 최선의 노력 △방송통신위원회·방송협회 등과 협력해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방송스태프지부 참여 협조 등을 약속하는 한편, 지앤지프로덕션의 제작환경 개선대책을 전달했다.

지앤지프로덕션이 밝힌 대책은 △주 68시간 이내 업무를 위해 A팀 3일, B팀 2일로 촬영 배분 △매주 작가·제작진 회의로 야외·세트촬영 분량 조절 △촬영 사이 점심 및 저녁시간 최소 1시간 보장 △임금에 주·야간 교통비 포함 △조명·동시·장비팀 사업자 대표가의 소속 직원 교통비 지급 수시 확인·조치 등이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원청인 KBS가 지속적인 노사 간 협의 의사를 밝힌 점과 ‘같이 살래요’ 제작 현장 노동시간이 다소 단축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 KBS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 포스터. 사진=KBS
▲ KBS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 포스터. 사진=KBS

방송스태프지부는 12일 “보통 아침 6시30분에 출발해 밤 12시 출발지에 도착(식사시간을 빼도 15시간30분)하는 장시간 노동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주 68시간 노동시간을 단 3일 촬영기간에 적용하는 편법 방식에 불과하다”고 했다.

A팀 3일, B팀 2일로 촬영 스케줄이 배분되면서 기존에 1주 4일 제작에 참여했던 A팀 스태프들은 25% 임금 손실을 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를 “노동일수 단축을 빌미로 한 ‘임금삭감 꼼수’”로 규정하며 “팀별 막내 스태프 임금이 시급 기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상황에서 월 임금 총액이 상당 부분 줄어들어 생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 답변서에서 지앤지프로덕션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스태프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지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 팀별 사업자들에게 야간교통비 지급을 맡기겠다는 조치도 한계가 지적됐다. “실제 촬영시간 등은 각 팀별 감독이 아니라 방송사 소속 연출자와 제작사 제작총괄 등이 결정하기 때문에 야간 교통비 지급 책임을 각 팀별 감독에게 부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방송스태프지부는 “팀별 감독들은 제작사로부터 노동 시간에 따른 인건비 항목 뿐 아니라 야간 교통비 산정근거 없이 모든 지급부담을 떠안은 용역계약서(‘턴키’) 작성을 강요받고 있다. 명확한 산정 근거 없이 야간 교통비 지급 책임을 팀별 감독에게 부담시키는 계약관행은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임금 보전을 비롯한 ‘12시간 노동·12시간 휴식’ 보장을 위해 추가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소속 조합원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드라마 프로그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다른 지상파 방송사·PP 및 제작사들과 공식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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