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당. 엄마 이거 봐요. 와 선생님. 잠깐만 사탕 주세요.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어!” 보육지부 출범총회는 보육교사 선생님들과 아이 9명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1일 오후 1시 철도회관 6층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이하 보육지부) 출범총회’를 열었다. 이날 보육지부 출범총회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 세종, 강원, 대구, 전주, 충남, 김해 등의 지역에서 총 69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전국 보육노동조합은 2004년 11월 13일  창립됐다가 2008년 7월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당시 공공노조)로 전환하면서 되레 노조활동이 어려워져 지부 대신 협의회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어렵게 조합원을 늘려 만 10년 만에 다시 공공운수노조 산하 보육지부가 됐다.

그동안 지역별로 운영돼왔던 보육노동조합은 규모가 작고 지역별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약했다. 대부분의 보육교사는 노조를 잘 알지 못했고 가입하면 좋지 않다는 인식도 가져왔다. 연대하지 못했고 보육 노동은 수십 년간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보육지부 출범총회 회순은 1부 사전행사와 2부 조합원을 위한 특강, 3부 총회로 진행됐다.

1부 사전행사는 지부 출범을 축하하는 각 지역 보육교사와 교사의 딸과 아들이 축하해주는 영상을 보며 개최됐다. 조합원을 위한 특강은 민주당 전 국회의원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맡았다.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돌봄공동체와 보육교사 노동권'이라는 주제로 조합원을 위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1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돌봄공동체와 보육교사 노동권'이라는 주제로 조합원을 위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장하나 공동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어린이집에 CCTV만 달고 그 이상 본질적인 문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야 보육 문제가 보였다. 우리의 권리는 쟁취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공동대표는 출범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연대를 강조했다. “세상이 모든 엄마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같이 안 하고 각각 싸우면 진다. 세상이 우리를 이간질하는 데 그러면 안 된다. 보육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갈등으로 이어지면 안 되고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공동대표의 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많은 보육교사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정지현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이 보육지부 11일 출범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른 세상을 향한 연대 전지윤,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정지현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 정지현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이 보육지부 11일 출범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른 세상을 향한 연대 전지윤,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정지현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정지현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자극적인 보도가 아닌 보육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개선할 방안이 보도 말미에 한 줄이라도 나와야 했다. 그 말 한마디만 있어도 조금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육지부 출범식에는 1년 9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온 시민과 보육교사 아내를 둔 남편도 참석했다.

김현우(40)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쉬지를 못한다. 근무시간이 아주 많고 휴게시간도 애매하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교사의 휴게 시간에도 봐 달라고 말한다. 보육교사가 장시간노동으로 피로가 쌓인 아이를 가르치면 악순환이라고 생각한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에 지지하러 왔다”고 말했다.

1년 9개월 된 아이를 가진 A씨는 “그냥 평범한 일반 시민의 자격으로 왔다. 나도 아이를 낳고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는데 이분들을 지지해주고 싶어서 자리했다”고 밝혔다.

▲ 문경자 장애아동보육교사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머리 색깔을 노랑과 주황, 분홍, 파랑색 등으로 바꾸기도 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 문경자 장애아동보육교사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머리 색깔을 노랑과 주황, 분홍, 파랑색 등으로 바꾸기도 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문경자(44)씨는 대구 동구 참사랑어린이집 소속 15년 차 교사다. 문씨는 가르치고 있는 장애아이들 3명이 머리 색깔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자 노랑과 주황, 분홍, 파랑색 등으로 머리 색깔을 4번 바꿨다.

그는 현재 “△교사 대 아동 수 감소 △ 원장 담임 겸직 폐지 △ 초과 보육 폐지를 외치고 있다.”며 “교사 수 대 아동 수 감소는 결국 보육의 질을 높인다. 원장 담임 겸직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원장이 지원을 받기 위해 반을 하나 맡는 것처럼 해놓고 일선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배정해버려 초과 보육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이 아니”라고 말했다.

B씨는 지난해 여름 경기도 수원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재직 당시 원장이 새로 바뀌면서 부당한 일을 많이 당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이 배경으로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시청 직원이 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보육교사의 아이들이 1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열린 '보육지부 출범총회'에 참석해 한켠에서 놀고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보육교사의 아이들이 1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열린 '보육지부 출범총회'에 참석해 한켠에서 놀고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B씨는 “새로 온 원장은 직접 기존 직원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원장은 업무를 과다하게 주더니 공휴일에 나와서 일하지 않으면 빨간 날에 월급을 주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을 위해 반을 꾸며놓으면 다음 날 아침에 다 뜯어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국에 계신 보육교사 선생님 중 노조가입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빨리 가입해서 자신의 권리를 챙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국의 원장님들은 CCTV 좋은 거로 업그레이드하고 블랙리스트 만들기보다는 본인들이 교사가 지녀야 할 자질과 인격을 향상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지부는 11일 투표에 참여한 총 67명 조합원의 찬성 만장일치로 공식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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