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전반기에 관련 소식을 가장 많이·빨리 보도한 방송사는 JTBC였고 가장 적게·늦게 보도한 방송사는 KBS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10일 서울 엘더블유 컨벤션에서 ‘여성 관련 이슈 보도 관행 및 언론인 의식조사’ 연구 중간발표회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본 미투운동 관련 TV 보도의 양상 △미투운동 보도를 통해 본 한국 저널리즘 관행과 언론사 조직문화(여성기자 심층 인터뷰 중심) 등 두 부분으로 진행했다.

▲ 여성가족부가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엘더블유 컨벤션에서 '여성 관련 이슈 보도 관행 및 언론인 의식조사' 연구 중간발표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서희 KBS 팀장, 성장경 MBC 팀장, 강민주 전남CBS PD, 김수정 CBS노컷뉴스 기자, 김경희 한양대학교 교수,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여성가족부
▲ 여성가족부가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엘더블유 컨벤션에서 '여성 관련 이슈 보도 관행 및 언론인 의식조사' 연구 중간발표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서희 KBS 팀장, 성장경 MBC 팀장, 강민주 전남CBS PD, 김수정 CBS노컷뉴스 기자, 김경희 한양대학교 교수,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여성가족부

‘TV 보도의 양상’의 발제자로 나선 최이숙 동아대 교수는 “JTBC가 지난 1월29일에는 서지현 검사, 이후에 최영미 시인, 이윤택 감독의 피해자, 안희정 전 지사의 피해자를 차례로 인터뷰하면서 주요 일간지의 미투 운동 관련 언론 보도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JTBC의 인터뷰식 미투 보도가 기사량을 증가시킨 변곡점이 됐다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 3사와 JTBC의 저녁 메인뉴스의 인터뷰 기사를 대상으로 서지현 검사의 JTBC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1월29일부터 3월4일 사이 미투 관련 보도 수와 인터뷰 보도 수를 분석했다.

▲ 방송사별 미투 관련 보도 수와 인터뷰 보도 수를 분석한 표. 사진=최이숙 동아대 교수, 김은진 부산대 교수
▲ 방송사별 미투 관련 보도 수와 인터뷰 보도 수를 분석한 표. 사진=최이숙 동아대 교수, 김은진 부산대 교수

미투 운동의 전반기인 안희정 전 지사 피해자 인터뷰 전까지 미투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언론사는 JTBC였다. JTBC는 146건의 미투 관련 보도와 86건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반면 KBS의 미투 관련 보도는 가장 적었고 늦었다. ‘KBS 뉴스9’은 32건의 미투 관련 기사와 36건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언론은 공통적으로 미투 운동을 보도할 때 사건의 정황묘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해결책 등과 관련해서는 소홀하게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언론은 ‘피해자다움’을 부각하는 클로즈업과 눈물장면, 불안한 손동작 등을 화면에 조명했다.

‘미투운동 보도를 통해 본 한국 저널리즘의 관행과 언론사 조직문화, 여성 기자 심층 인터뷰 중심’의 발제자로 나선 홍남희 연세대학교 연구원은 “미투 보도를 통해 본 한국 저널리즘의 관행과 여성 기자들이 어떤 언론사 조직문화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발표했다.

홍남희 연구원은 “언론의 미투 보도는 선정성과 피해자 인권 보호에 미흡했다”라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지난달 4일부터 31일까지 주요 10개 언론사 재직 여성 기자 각각 1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여성 기자들이 공통으로 “JTBC 보도 이후 각사에서도 미투운동 보도의 필요성을 인지했고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JTBC로 많은 제보가 갔다”며 “(언론인들이 보통) 다른 매체의 단독보도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언론사 습성이 (미투 운동 국면에선) 깨졌다”고 전했다.

홍 연구원은 여성 기자들이 미투 보도에서 기획·심층 취재가 없었던 핵심적인 이유로 “여성 인력의 부족과 관련 이슈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여성 상급자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해당 이슈가 전문적 영역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젠더 이슈를 다루는 여성 기자를 보는 여론의 시선이 어떤지 분석했다. 그는 “젠더 이슈를 다루면 ‘메갈 기자’로 불리고 인터넷 댓글이나 이메일로 위협을 당한다. 따라서 젠더 이슈 발제 등에서 자체 검열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동료 남자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변한 점을 전했다.

발제가 끝난 후 언론인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강민주 전남CBS PD와 김수정 CBS노컷뉴스 기자,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성장경 MBC 보도국 탐사기획팀장,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최서희 KBS 사회1부 팀장 등이 참석했다.

김수정 CBS노컷뉴스 기자는 “JTBC를 통해서 그동안 미투운동 실명 인터뷰가 많이 공개됐다. 나도 이윤택씨 피해자를 실명 인터뷰한 경험이 있다. 나 역시 그 공식 같은 미투운동 보도 방법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프레임에 기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강민주 전남CBS PD가 지난 2월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JTBC 뉴스룸
▲ 강민주 전남CBS PD가 지난 2월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JTBC 뉴스룸

강민주 전남CBS PD는 자신을 JTBC 미투 보도 중 세 번째로 실명인터뷰를 한 사람이다. 강 피디는 취재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피디는 “지난 2월 중순부터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는데 기자들이 피해자가 보낸 서면을 안 읽고 취재를 하러 온다”라고 지적했다.

강 PD는 “방송의 경우 여기자가 취재를 온다고 해도 VJ나 영상 취재기자 등 많은 사람 앞에서 2~3번씩 사건을 설명하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치부가 까발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며 “어렵게 용기 낸 피해자를 위해 기자는 사전에 공부하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은미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실명 인터뷰가 피해자 관점에서 잘 반영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저널리즘에서 이뤄지는 양상을 보면 피해자 관점을 지키기 위해 형식을 택했지만 2차 가해와 충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인들은 미투운동 말고도 임신중절과 탈코르셋, 저출산 등 다양한 젠더이슈를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경 MBC 탐사보도팀 팀장은 “오늘의 토론도 미투 운동, 성폭력에 대한 폭로 보도와 관련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언론들이 해야 할 일은 젠더 관련 기획”이라며 “단발적인 보도도 필요하지만 자극적인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해서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서희 KBS 사회1부 팀장도 지난달 7일에 KBS 내부에서 발족한 젠더TF팀 소식을 전했다. 최 팀장은 “혜화역 시위 등과 같은 단발성 보도 이외에도 워마드 문제나 일베 문제들이 나왔기 때문에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장의 의지로 여성 기자로 구성된 젠더TF팀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선 팀 내부에 남기자가 한 명도 없고 여건이 되면 가동이 되는 팀이라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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