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8월7일자 ‘英이코노미스트 “한전, 脫원전 탓에 경쟁력 잃어가고 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의 원자력발전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脫)원전 등 원전에 대한 반발에 직면했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보도했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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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러시아의 경쟁자는 거의 없다”며 “러시아원자력공사가 한국전력 등 원전 기업을 제치고 세계 원전시장의 지배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전은 한때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성공 등으로 세계 원전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탈원전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 한국경제신문 8월7일자 기사.
▲ 한국경제신문 8월7일자 기사.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지적을 한 적이 없다. 위와 같은 보도내용도 없다. ‘Russia leads the world at nuclear-reactor exports’(러시아가 세계 원전수출을 이끌다)란 제목의 해당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한전이 언급되는 부분은 전체 기사에서 단 한 문장 밖에 없다. “KEPCO, South Korea’s energy company, is facing a domestic backlash against nuclear power.” 번역하면 “한국의 에너지 회사인 한전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내의 반발을 사고 있다”정도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취지는 러시아가 세계 원전 수출의 리더가 됐다는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사에 단 한 줄 언급된 이 문장을 거의 왜곡에 가깝게 본인들 입맛대로 확대해석했다. 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대목을 두고 어떻게 “한국 원전이 경쟁력을 잃었다”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소설이라 봐도 무방하다.

▲ 문화일보 8월6일자 기사.
▲ 문화일보 8월6일자 기사.
한국경제신문은 문화일보 8월6일자 ‘“러, 원전시장 절대강자…한전은 경쟁력 상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다음날 지면에서 인용 보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일보 역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분석’이란 부제를 달고 한전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마치 영국 권위지 해석처럼 보이지만 문화일보의 각주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인용하고자 했다면 방점을 잘못 찍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부터 침체에 빠져 있던 원자력 산업은 2011년 쓰나미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집어삼켰을 때 엄청난 타격을 입어 결국 붕괴를 초래했다”고 보도하며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으로 발생되는 전기량은 2년 만에 11% 감소했고, 그 이후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이 쇠퇴하는 산업 내에서, 한 국가(러시아)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 및 수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바로 이 ‘쇠퇴하는 산업’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와 중국처럼 언론이 원전 공포와 우려를 제대로 보도 못하는 소위 독재국가들만 이 산업에 발을 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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